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결정에 대해 글로벌 투자 거물들이 잇따라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단순한 신용등급 조정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립자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 시각) 각각 공개 발언을 통해 시장 전반에 퍼진 안일한 분위기와 과소평가된 리스크 인식이 오히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달리오는 무디스가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 것과 관련해 “채권자들이 직면한 실제 위험의 일부만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신용등급은 정부가 부채를 상환하지 않을 가능성만 반영하지만 미국은 돈을 찍어내서 부채를 갚을 수 있는 나라”라며 인플레이션을 통해 채권자의 실질 수익률을 갉아먹을 위험이 훨씬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에서도 “신용등급 하향은 겉으로 보이는 위험일 뿐”이라며 “돈의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미국 부채의 위험은 신용평가사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JP모건 CEO도 같은 날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시장 내 과도한 낙관론과 지정학·경제 변수에 대한 무감각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의 신용은 나쁜 위험”이라며 “큰 위기를 겪지 않은 이들이 신용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먼은 특히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지정학적 긴장 고조, 미국 자산 가격의 고평가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언급하며 “시장 참가자들이 지나치게 안일한 상태에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관세 정책과 연계된 글로벌 무역 긴장이 다시 높아지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반등이 구조적 리스크를 가릴 수 있다는 취지다.
다이먼은 “시장이 10% 하락했다가 다시 10% 상승한 것을 보면 이는 놀라울 정도의 안일함”이라며 관세·금리·환율 등 주요 경제 변수에 대한 시장 반응이 현실보다 낙관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 자체가 위험하다”고도 덧붙였다.
달리오 역시 “현재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지만, 이것이 신뢰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용등급 하락은 상징적 손상일 뿐, 진짜 문제는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예전만큼 안전하게 보지 않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 자체보다 시장 반응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인사 모두 과도한 낙관론이 부채,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구조적인 문제를 가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후행 지표일 뿐”이라며 평가 절하해 논란을 일으켰다. 베선트 장관은 무디스의 결정이 바이든 행정부의 지출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측에서는 “경제 위기를 경시하는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