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값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쌀 정책을 담당하는 각료인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이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19일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은 전날 규슈 사가현 사가시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정치자금 행사에서 비축미와 관련해 언급하다 “저는 쌀은 사본 적이 없다. 지원자분들이 쌀을 많이 주신다. 집에 팔 정도로 있다”고 말했다.

에토 다쿠 일본 농림수산상이 19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도통신은 쌀 가격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한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쌀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오르면서, 각종 급식 업체에선 주식인 쌀 메뉴를 줄이고, 가정에선 비싼 가격에 1, 2㎏ 소포장 쌀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해당 발언 이후 온라인, 정치권 등에서 비판이 거세지면서 에토 농림수산상은 결국 “팔 정도로 있다는 건 지나친 말이었다”며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쌀을 정기적으로 구입하고 있다”며 “실태와 다른 말을 해서 소란을 일으킨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각료직은 사임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가 쌀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비축미까지 풀었지만, 일본 쌀값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일본 쌀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92.1% 상승했다. 이는 지난 1971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교도통신이 이달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7.1%는 쌀값 급등에 대한 정부 정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