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값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이를 틈타 한몫을 노리는 ‘무허가 골드러시’가 확산되고 있으며,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금 밀거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페루 당국이 페루 리마에서 불법 채굴로 추정되는 수출 회사로부터 아랍에미리트로 향하던 금괴 4개를 압수한 후 세관 직원이 금괴의 포장을 풀고 있다. /로이터=뉴스1

페루경제연구소(Instituto Peruano de Economia)는 남미 지역 금광 주변의 중금속 대기 배출량과 각국 광업 당국의 자료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올해 남미 내 불법 금 수출 규모가 약 120억 달러(한화 약 16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17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금값 상승 등을 고려할 때 2024년 남미 지역의 금 밀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사상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금값은 글로벌 경기 불안, 미국 달러를 대체하려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 중국발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금값 상승은 불법 금 채굴 증가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새로운 채굴업자들이 무장 폭력 조직과 결탁해 생산과 유통망에 침투하며 새로운 거래 경로를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금 평균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 상승했으며, 이 기간 동안 페루에서 신규 금 거래 및 가공업체 등록 건수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당국의 느슨한 관리·감독 체계도 한몫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페루는 콜롬비아, 볼리비아와 함께 남미의 주요 불법 금 채굴 지역으로 지목되며, 이들 세 나라가 남미 전체 불법 금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특히 불법 금 채굴업자들은 무장 조직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합법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위협을 받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페루에서는 범죄 조직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금광을 습격해 보안요원 13명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불법 금 채굴이 주로 이뤄지는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는 환경오염 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무허가 채굴업자들이 금을 추출하기 위해 수은을 마구 사용하면서 그 찌꺼기를 강이나 토양에 무방비로 방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마존과학혁신센터(CINCIA)에 따르면 페루 남동부 마드레데디오스 지역 대기 중 수은의 70% 이상이 소규모 광산에서 발생하며, 이 지역 일부의 수은 농도는 한때 세계보건기구(WHO)의 허용 기준치를 5배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파괴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안데스 아마존 모니터링 프로젝트(MAAP)는 2018년 기준 97만 헥타르(9,700㎢)였던 광산 활동 관련 누적 산림 벌채 면적이 2024년에는 200만 헥타르(2만㎢)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 면적의 약 33배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