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주도했던 미국 연방정부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 현지시간 기준으로 미 연방정부 기관들이 진행한 두 번째 권고사직 신청자 수가 지난 1월 첫 번째 권고사직에 동의했던 7만5000여 명을 훨씬 웃돌아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국립보건원에서는 감염병 아동 건강 유전학 부문의 주요 연구소장 6명이 해임되거나 사임했으며 연방항공청에서도 최고 항공 교통 책임자를 포함해 10여 명의 고위 간부가 조기 은퇴를 선택했다.
재무부 역시 정부 재정 시스템 운영에 관여했던 200명 이상의 숙련된 관리자급 인력이 올해 초 권고사직을 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기 퇴직 장려 정책과 맞물려 연방정부 전반에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직원들의 이탈이 전례 없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십 년간 근무한 고위 간부들조차 상부 지시로 소속 부서와 사무실이 폐쇄되며 퇴직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방정부 개편 작업은 테슬라 최고경영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일론 머스크가 주도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미 대선 당시 약 13억2000만 달러를 지출하며 트럼프 정권 재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이후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으로 임명되어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게 광범위한 기밀정보 접근 권한을 부여했고 머스크는 실리콘밸리 출신의 젊은 IT 전문가들을 각 부처에 배치해 정부 조직의 폐지 축소 지출 효율화 대규모 정리해고 등을 강행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최근 다른 장관들과의 갈등과 테슬라 주가 급락 등 복합적인 논란 속에 DOGE 수장직에서 물러나 본업인 기업 경영으로 복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영향력은 여전히 정부 조직 곳곳에 남아 있으며 특히 DOGE 소속 직원들이 현재도 연방정부 내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CNN은 DOGE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머스크가 심어놓은 직원들이 수개월 혹은 수년간 더 구조조정 작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중 일부는 연방정부 특별공무원 자격으로 1년에 130일만 근무하는 단기 계약직이지만 계약 연장이 가능하고 또 상당수는 정규직 공무원에 준하는 직책과 역할을 부여받아 장기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연방총무청의 한 직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사람들이 이미 너무 많이 들어와 있으며 쉽게 떠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가 없는 DOGE와 그에 따른 구조조정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불확실하다.
내각의 다른 장관들과 충돌하거나 사법부 등 외부 기관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경우 과거 머스크가 제공했던 보호막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 일부 장관들은 DOGE가 자신들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반면 머스크라는 비난의 중심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DOGE가 더 자유롭게 구조조정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CNN은 머스크가 떠난 덕분에 오히려 DOGE의 작업이 더 원활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