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플에 대해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직접 압박하고 나섰다. 애플이 아이폰 최종 조립시설을 인도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두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증시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카타르에서 열린 행사에서 “팀 쿡과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며 “그는 내 친구지만, 나는 그에게 미국에 공장을 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애플은 인도 전역에 투자하고 있지만 우리는 인도보다 미국에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는 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일자리를 원한다”고도 덧붙였다.

애플은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애플 주가는 소폭 하락했으며, 이는 트럼프의 무역 압박이 과거만큼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과거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광범위한 관세를 예고했을 때 일시적 하락세를 보였으나, 관세 철회 후 빠르게 회복했다.

애플은 현재 미국 내 아이폰 생산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WSJ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생산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기존 공급망을 해체하고 새로 구축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아이폰의 핵심 부품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최종 조립은 인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애플은 인도를 ‘원산지’로 등록해 미국 관세를 회피하는 전략도 병행 중이다.

미국 내 투자 확대 계획도 제시됐다. 애플은 향후 4년간 미국에 5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텍사스에는 인공지능 서버용 데이터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애플의 전 세계 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이 같은 투자가 제조업 일자리 확대에 미치는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 정책을 핵심 경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균형을 재조정하고 고정밀 제조업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해외 생산이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투자사 모펫내서슨의 크레이그 모펫 애널리스트는 “수백만 명이 수십 년간 시간당 몇 달러씩 받으며 구축한 공급망을 1년, 3년, 혹은 10년 안에 미국으로 옮길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