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인공지능(AI) 조기 교육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공립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AI 커리큘럼을 도입,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연합뉴스

11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라 알아미리 UAE 교육부 장관은 최근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AI 교육 과정을 발표했다. 알아미리 장관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가 학생들의 집중력과 학습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기존 교육 체계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AI 교육에 있어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교육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이번 교육은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약 30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연간 20시간 분량으로 운영된다. 당초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기획됐으나 AI 기술의 일상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유치원생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내용에는 ▲챗GPT 등 AI 챗봇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법 ▲알고리즘의 편향성 인식 ▲프롬프트(명령어) 작성법 ▲AI를 활용한 조사·연구 방법 ▲표절 방지 방안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윤리적 AI 활용 방안 또한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AI를 도덕적으로 사용하는 기준과 경계에 대해 배우고, 단순한 기술 학습을 넘어서 AI 리터러시(판별력 및 해석력)를 기르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UAE 교육부는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도 향상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조기 AI 교육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력에 비해 학업 성취도가 낮은 UAE의 교육 현실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UAE 학생들은 수학·과학·읽기 등 주요 영역에서 평균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으며, 문제 해결력과 비판적 사고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알아미리 장관은 “기초 성취도가 낮다고 해서 첨단 교육을 미뤄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미래지향적인 커리큘럼이 오히려 학습 동기를 자극해 성과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UAE 교육부는 AI 교육 확대와 더불어 수학 교육 방식 전면 개편 등 전반적인 교육 개선 작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UAE의 이러한 행보는 AI 교육을 강화하는 국제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은 이미 초등학생부터 AI 수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핀란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초 AI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과 실시간 피드백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UAE는 이들 국가와 경쟁하며 ‘중동의 AI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교육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UAE는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AI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 AI 기업 G42는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Cerebras)와 협력 중이며 아부다비 국부펀드 MGX는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펀드를 출범시킨 바 있다. 정부는 AI 기술을 입법 과정에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