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과 관련해 프랑스 출신 유럽연합(EU) 고위 당국자가 계약 절차를 중단할 것을 체코 정부에 요구했다.

12일(현지시각) 유락티브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루카시 블체크 체코 산업통상장관은 체코 공영방송 CT 인터뷰에서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에게 관련 서한을 받았고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체코 두코바니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블체크 장관은 서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세주르네 부위원장의 서한이 한수원과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두고 막판까지 경쟁했던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시각과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DF는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절차를 문제 삼으면서 체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6일 체코 법원이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종 계약을 금지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이튿날로 예정됐던 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CEZ)의 최종 계약 서명식이 무산되기도 했다.

EDF는 또 한수원이 EU의 역외보조금규정(FSR)을 위반했다며 EU 집행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FSR은 EU 외 지역의 기업이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공공 입찰이나 인수·합병에 참여하면 불공정 경쟁으로 보고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체코 당국은 프랑스 외무장관을 지낸 세주르네 부위원장이 자국 원전업체를 지원한다고 의심했다. 블체크 장관은 그가 프랑스 출신인 점을 언급하며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얀 리파프스키 체코 외무장관도 CNN 프리마 뉴스 인터뷰에서 세주르네 부위원장이 EDF의 제소 당일 서한을 보낸 점을 들어 “프랑스인 위원이 금요일 밤 10시에 일하고 있었다는 점이 몹시 이상하다”고 했다.

다니엘 베네시 체코전력공사(CEZ) 사장은 이날 체코 CTK통신에 “프랑스 측이 원전 건설을 방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정부가 EU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수원이 수주를 눈앞에 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은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km 떨어진 두코바니에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체코 정부가 예상하는 사업비는 한화 약 26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