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중고 쇼핑 시장이 유례없는 황금기를 맞고 있다.

‘구제’라 불렸던 중고품 거래는 이제 지속 가능성과 합리적 소비 추세를 타고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스레드업(ThredUp) 리세일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중고 시장 규모가 2023년 440억달러(약 60조원, 당시 환율 기준)에서 2028년 730억달러(약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 의류 소매 시장 성장세보다 약 7배 빠른 성장 속도다.

앤서니 마리노 스레드업 대표는 “중고품 구매가 이제 소비운동의 한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며 “특히 젊은 소비자들이 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중고쇼핑 플랫폼 번장이 개최한 중고장터. /로이터뉴스1

오프라인 중고 매장 역시 부활을 넘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전역에 41개 매장을 운영 중인 버펄로 익스체인지(Buffalo Exchange)는 지난해 연 매출 1억달러(약 1370억원)를 돌파했다.

버펄로 익스체인지 대표 레베카 블록은 WSJ 인터뷰에서 “과거 중고 의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사라졌고, 이제는 자신을 표현하는 자부심의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내 중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원인을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중국산 저가 의류 가격 경쟁력 약화에서 찾는다.

그러나 소매업계는 관세 문제를 부수적 요인으로 여긴다. 보다 근본적인 성장 동력은 구조적인 소비 트렌드 변화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중고품 구매를 의식 있는 소비 활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패션 산업이 주요 환경오염원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중고 의류가 가장 손쉬운 친환경적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도 힘을 보탰다. 미국에서는 더리얼리얼(The RealReal),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 같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편리한 검색, 다양한 상품군, 안전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며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미국 최대 중RH 플랫폼 '스레드업(Thredup)' 창고. /스레드업 제공

여기에 최근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스레드업 조사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중고 의류 구매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영국 중고 패션 플랫폼 디팝(Depop) 전 대표 마리아 라가는 “개성과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중고 패션은 이를 위한 완벽한 수단”이라며 “대량 생산·소비되는 패스트패션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세대가 독특한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빈티지 아이템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데이터 조사에 따르면 젊은 소비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48%)가 의류 쇼핑 시 중고 매장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고 답했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중고 의류 시장 규모는 2023년 1970억 달러(약 270조원)에서 2029년에는 3670억 달러(약 50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정품 여부 판별, 항목별 균일한 품질 관리 여부, 중고 거래로 빚어지는 또 다른 형태의 과소비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WSJ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고품 구매 경험을 새 상품 구매만큼 쉽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업계의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