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연대의 두 축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굳건한 관계를 재확인했다. 특히 시진핑은 “일방주의와 괴롭힘에 맞서 러시아와 함께 특별한 책임을 짊어질 것”이라며 미국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과 푸틴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 게오르기옙스키홀에서 회담했다. 시진핑은 오는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을 계기로 전날부터 나흘간 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이다. 양국 정상의 접촉은 1월 화상 회담, 2월 전화 통화에 이어 이번 회담까지 올해 세 번째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각)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은 푸틴을 “나의 오랜 동지”라 부르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그는 “역사와 현실이 이미 충분히 증명했듯이, 중·러 관계의 지속적 발전과 심화는 두 나라 인민간 대대로 내려오는 우호를 계승하는 당연한 도리이고, 양측이 상호 성과와 각각의 발전, 부흥을 촉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또한 국제 공정과 정의를 수호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의 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패권 다툼 중인 미국을 암시한 발언도 내놨다. 시진핑은 “현재 국제 사회에서 일방주의라는 역류와 강권(强權·패권)적 괴롭힘 행위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세계 강대국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특수한 책임을 지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제2차 세계대전 사관(史觀)을 함께 발전시키고, 유엔의 권위와 지위를 수호하며, 중국과 러시아 양국 및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권위를 단호히 수호해야 한다”고 했다. 또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모두에게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역시 시진핑을 “친애하는 동지”라 부르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중국 친구들과 함께 전쟁의 시간에 대한 역사적 진실과 기억을 확고히 지키고 신 나치주의와 군국주의의 현대적 발현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호혜적이며 다른 나라에 맞서는 게 아니라 양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발전하고 있다”며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 기간 동안 양국 관계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시진핑과 푸틴은 오는 9월 또다시 만날 예정이다. 시진핑이 푸틴을 중국의 항일 전쟁 승전 80주년(9월 3일) 기념행사에 초대하면서다. 푸틴은 “이 기간에 맞춰 친근한 중국을 다시 공식 방문하게 돼 기쁘다”며 참석을 확정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