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잉의 신형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대통령 전용기)’ 납품 지연에 불만을 갖고 임시 사용할 에어포스 원 개조에 착수했다. 첫 임기 당시 주문한 에어포스 원이 두 번째 임기까지 인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앨라배마 주 터스컬루사에 위치한 터스컬루사 국제공항에서 에어포스 원에서 내리고 있다. / AFP=연합뉴스

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플로리다주 방산업체 L3 해리스에 과거 카타르 정부가 사용하던 보잉 747 비행기를 개조하는 작업을 맡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을부터 해당 비행기를 에어포스 원으로 사용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3 해리스는 2019년 방산업체 L3 테크놀로지스와 해리스가 합병해 탄생한 회사로, 카타르 소유였던 보잉 비행기를 대통령 전용기로 바꾸기 위한 통신 시스템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에어포스 원은 미국 대통령의 지휘 통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특수 통신 및 방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였던 2018년에 보잉과 새로운 에어포스 원 두 대를 도입하는 39억 달러(약 5조 52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공급망 문제와 기술적 결함 등으로 인도가 계속 지연됐으며, 작년 11월 보잉은 미 정부에 새 에어포스 원을 2035년쯤에야 납품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잉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어왔다. 지난 2월 뉴욕타임스(NYT)는 “에어포스 원을 권력과 명예의 상징으로 여기는 트럼프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을 태웠던 것과 같은 노후한 비행기를 타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것에 격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을 방문해 주기 중인 보잉기의 기술적 특징을 점검하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잉에 불만을 품고 취임 전부터 새 에어포스 원 계약을 취소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또한 취임 후에는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인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납품 지연을 이유로 보잉 대신 유럽의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와 협력할 방법을 검토했다고 WSJ는 전했다.

현재 개조 중인 항공기는 기존 두 대의 에어포스 원과 함께 운행될 예정이다. WSJ는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 공군이 오랫동안 기존 에어포스 원 두 대 중 한 대가 정비 중일 때 사용할 수 있는 세 번째 항공기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기령이 30년이 넘은 기존 에어포스 원들은 노후화로 인해 정비 횟수가 늘어나 대통령의 이동에 제약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 전용기로 개조하기 위해서는 여러 복잡한 작업을 거쳐야 하는 탓에 트럼프 대통령이 희망하는 올해 가을까지 개조가 완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 미 공군 기술·물류담당 차관보인 앤드류 헌터는 “(연말까지) 통신 시스템 업그레이드는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