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관세 전쟁’이 한 달째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의 상품 공급망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9일(현지 시각)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CNN은 “중국 출발한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마지막 배들이 (미국에) 도착하고 있다”면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대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고 1일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로, 미국은 중국에서 의류, 신발, 장난감, 전자제품 및 가전 제품의 핵심 부품 등 수 천가지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2일 중국에 대해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 조치는 같은 달 9일 0시 1분부터 발효되기 시작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이후 중국에서 선적된 미국행 화물은 다음 주부터 미국 항구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상품들에는 고율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뒤따라올 수밖에 없다.
미국의 상호 관세 발표 이후 중국발 화물선의 화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이다. 미 물류업체 플렉스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한 화물선의 수는 60% 감소했다. CNN은 “중국 상하이 항에서는 대형 화물선들이 대기하고 있다”면서 “해운사들은 수요 감소에 따라 소형 선박을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공급망 데이터업체 비지온을 인용해 4월 중순 기준 중국발 미국행 20피트 컨테이너 예약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운 분석업체 시인텔리전스도 이달 아시아-북미 노선 컨테이너 예약이 40만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미국 소매품 매대에 올라갈 상품들의 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다. 기업 조사 기관인 가트너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공급망 리더의 45%가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을 고객에게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율 관세 부과 이전에 수입된 제품들의 재고가 다 떨어지면,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된 제품들이 선반에 놓일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850개 장난감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미국 장난감 협회의 그레그 애언 최고책임자는 “지금 생산을 시작하지 않으면 이번 연휴에 장난감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얼어 붙은 공급망이 크리스마스를 위태롭게 한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중국 공장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장난감의 약 80%를 생산하고 있다.
관세 인상으로 인한 피해는 소규모 업체들에게 더 크다. 전국소매연맹의 공급망 및 세관 정책 부사장인 조나단 골드는 “현재 소매업체들은 학교 개학 시즌과 크리스마스 주문을 어떻게, 언제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더 많은 재고를 확보할 수 있는 대형 소매업체들과 달리 소규모 업체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로 중국산 제품을 아예 들여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수입으로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규모의 붕괴는 가격을 급격히 올릴 뿐만 아니라 공급망을 심각하게 방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은 미국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 규모가 최대 8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라이언 피터슨 플렉스포트 최고경영자(CEO)는 “이 상황이 몇 주 더 지속된다면, 소매업체들은 재고를 다 팔아버리고 여름부터 상품 품절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 세로카 로스앤젤레스 항만청 전무 이사도 “만약 한 사람이 특정한 종류의 바지를 사고자 한다면, 여러 종류의 바지는 있을 수 있지만 원하는 종류의 바지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소매업 공급망이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소매업체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에서 베트남 및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생산지를 옮기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다른 국가들에서 수입하는 규모가 중국산을 대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골드 부사장은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몇 달,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