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파병된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26일 크렘린궁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최근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습격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북한 병사와 장교들이 러시아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임무를 수행했다. 그들은 높은 전문성과 회복력, 용기, 영웅적 행동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크렘린궁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북한군을 ‘친구들’이라고 부르며 “이들은 러·북 조약에 따라 쿠르스크에서 우리 군과 함께 참호에 어깨를 맞대고 피를 흘리며 싸웠다. 북한군이 보여준 연대는 양국 관계가 고도로 본질적인 동맹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해 10월쯤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국은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은 북한군 파병이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에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또한 지난해 8월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했던 쿠르스크 전선을 완전히 탈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군 허위정보대응센터장은 “쿠르스크 작전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전날 서면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당 중앙군사위는 입장문에서 “러시아 연방에 대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모험적인 무력 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며 북한 군부대가 국가수반의 명령에 따라 참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성된 전황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에 체결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4조 발동에 해당된다는 분석과 판단에 근거해 우리 무력의 참전을 결정하고 러시아 측에 통보했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이 “우리 수도에는 곧 전투 위훈비가 건립될 것이다. 희생된 군인들의 묘비 앞에는 조국과 인민이 안겨주는 영생 기원의 꽃송이들이 놓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다수의 북한군 희생자가 발생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언급한 이 조약은 양국이 유사시 상호 군사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으로, 이 조약을 부각한 것은 북한군 파병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반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