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 비밀 회의)’가 내달 초 열릴 예정인 가운데, 차기 교황 후보로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추기경들이 거론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인 가나의 피터 터크슨 추기경 등이다. 가톨릭에서 그동안 ‘비주류’로 여겨졌던 아프리카가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콩고민주공화국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추기경(왼쪽)과 프란치스코 교황 / AFP=연합뉴스

27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아프리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기간 동안 중요한 역할을 했고, 가톨릭 교회의 미래를 이끌 것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아프리카 추기경들이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후임자 선출과 교회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아프리카 교회 지도자들의 위상을 높였다는 게 이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구학적 변화를 반영해 다양한 추기경 후보를 지명하며 아프리카 출신의 추기경 숫자를 늘려왔다. 현재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135명 중 아프리카 출신은 18명이다.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단 중 아프리카 출신의 비율은 2014년 약 7%(118명 중 8명)에서 13%(135명 중 18명)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차기 교황은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들로부터 3분의 2 이상 득표한 사람으로 선출되는데, 대륙별 추기경 구성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아프리카 출신 추기경 수는 유럽(53명), 북미(20명), 아시아(23명) 다음으로 네 번째로 많다. 이로 인해 2000년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출신과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탄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아프리카 가톨릭 신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바티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12년 재 기간 동안 아프리카의 가톨릭 신자 수는 1억 7600만 명에서 2억 8100만 명으로 약 60% 증가했다. 오늘날 전 세계 가톨릭 신자 5명 중 1명이 아프리카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콩고는 약 5500만 명의 세례 받은 가톨릭 신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이지리아의 세례 신자 수도 35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다른 대륙에서 가톨릭 신자 수가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때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가톨릭이었던 남미의 신자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라티노바로메트로에 따르면,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가톨릭 신자 비율은 2010년 70%에서 2020년 57%로 감소했다. 바티칸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에서만 사제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북서부 교구의 사제 스티븐 아나에두는 “아프리카는 이제 가톨릭 교회의 희망”이라며 “과거에는 백인 서양 선교사들이 우리에게 종교를 가르쳤지만, 이제 아프리카인들이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 생활도 매우 적극적이다. 조지타운대 연구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가톨릭 신자의 94%가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은 미사에 참여한다. 나이지리아에서 활동 중인 25세 작가이자 가톨릭 신자인 존스톤 크필라카는 “아프리카의 청년들이 가톨릭 교회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누가 교황으로 선출되든, 아프리카는 신앙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콘클라베에서 투표할 수 있는 135명 중 18명이 아프리카 출신으로, 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교황이 나올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프리카 교회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