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에 눈먼 메타가 죄 없는 아이들을 앗아가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위치한 메타플랫폼(메타) 본사. 150여명의 인파가 양손에 자녀의 영정 사진을 안고 정문 앞에 집결했다. 건물 입구에는 빨간색, 흰색, 노란색 등 형형색색의 장미가 한가득 쌓여 있다. 마크 저커버그 대표에 항의를 표하기 위해 이들이 놓아 둔 장미다.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메타 본사 앞에서 메타의 청소년 보호 조치 강화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밤샘 기도회가 개최된 직후다. 시위 참가자들은 소셜미디어(SNS)로 인해 스스로 숨을 거둔 청소년들의 부모로, 이들은 미국 전역과 영국에서 결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메타를 비롯한 SNS 플랫폼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시위를 위해 모인 유가족들은 “통탄스럽다”, “지금 당장 바꿔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메타 본사를 에워싼 후, 연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저커버그 CEO를 성토했다.

이날 유가족들이 메타 측에 요구한 핵심 조치는 크게 세 가지로, ▲유해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추천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 ▲성범죄자가 플랫폼을 통해 아동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것 ▲청소년들의 신고에 대해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응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내용은 학부모, 일반 시민, 사회활동가 약 1만명이 서명한 공개 서한에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8세 아들이 SNS로 합성마약 원료인 펜타닐을 거래해 중독증으로 사망한 유가족 앰버 로이어는 SNS가 범죄자, 마약상, 각종 밀수업자들이 판치는 놀이터가 됐다고 비판했다. 로이어는 “누군가는 우리의 외침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며 “사이버 공간에서 또다른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메타가 번번이 보호 조치 강화를 요구하는 유가족들을 차단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2021년 미성년자 아들이 유명을 달리한 메리 로디는 “수년간 저커버그 CEO와 면담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며 “더는 잃을 게 없다. 무엇이든 할 각오가 돼있다”고 전했다.

이에 메타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청소년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 측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미성년자 전용 ‘틴(Teen) 계정’을 도입했다”며 “모르는 국가의 사용자와 접촉 시 경고하는 기능, 부적절한 콘텐츠 노출을 줄이는 알고리즘 등을 시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이러한 조치가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SNS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기업을 압박하려는 흐름은 전세계적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선 최근 몇년 간 메타, 틱톡, 스냅챗 등을 상대로 아동 학대 혐의 소송이 수천건 제기됐으며 이들 플랫폼의 CEO는 의회 청문회에 출석, 관련 책임에 대해 추궁받은 바 있다.

법적인 규제도 확대되고 있다. 영국에선 올해부터 불법 콘텐츠 차단 의무를 경영진 차원으로 확대한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이 발효됐으며 호주도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미국 상원도 지난해 SNS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하원에서 표결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