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DOGE를 곧 떠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머스크가 없는 DOGE는 독립기구로 유지될 예정이지만, 앞으로는 인력 감축을 넘어 규제 철폐로 초점이 옮겨질 전망이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테슬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에서 5월부터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가량만 DOGE 업무에 할애하고 나머지 시간은 회사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간 DOGE는 출범 이후 거의 모든 연방정부 기관에서 인력 감축을 단행했고, 주요 행정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까지 확보했다. DOGE는 낭비적인 지출을 삭감하겠다며 기관에 별다른 경고 없이 독단적으로 예산 삭감을 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작 DOGE는 예산 절감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연방 예산을 1조 달러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대선 당시 2조 달러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 지출은 전년 대비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WSJ는 분석했다.

머스크는 정치적으로도 갈등을 유발했다. 그는 회의 또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 숀 더피 교통부 장관 등 행정부 고위 관계자에 대해 “무능하다”고 공개 비난했다. 또 즉흥적인 발언과 정책 결정으로 백악관 인사들을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외시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계 인사들은 항상 머스크의 발언이나 결정에 대한 해명을 하느라 애써야 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독단적인 행보 때문에 머스크는 내각 인사들과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최근엔 백악관에서 국세청장 직무대행 임명 문제를 두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큰 소리로 말다툼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가 지지했던 위스콘신 대법관 후보가 이달 초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그의 정치적 입지는 위태로워졌다. 최근엔 백악관 내 머스크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징후가 여럿 포착되기도 했다.

그가 정치 활동에 빠진 사이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71% 급감해, 머스크는 본업과 부업 모두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C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머스크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폭스뉴스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머스크가 백악관 회의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WSJ에 따르면 머스크가 물러나더라도 DOGE는 행정명령을 통해 구조적으로 독립성을 갖춘 기구로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DOGE의 업무는 인력 감축에서 규제 철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기관들은 DOGE에 위헌적이거나 공익에 비해 비용이 과도하게 드는 규제를 보고하라는 지침을 받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DOGE의 차기 수장 자리를 누가 이어받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대안으로 스티브 데이비스가 거론된다. 그는 머스크의 오랜 측근으로 스페이스X와 보링컴퍼니 등에서 함께 일해왔으며, DOGE 내 주요 실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머스크를 따라 회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