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미국의 방산업체와 주요 산업들을 희토류 공급망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막으면서 백악관과 산업계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희토류의 미국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따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경제위원회, 상무부, 에너지부, 무역대표부 등 여러 부처들은 긴급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희토류 국내 생산 프로젝트에 자금 지원과 처리 공정 신속화를 검토 중이며, 중국 외 지역과의 공급망 구축을 위한 무역 협상에도 나서고 있다.
희토류는 군사, 테크 등 분야에 필수적인 17종 금속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에 따르면 미군의 주력 전투기인 F35에는 희토류 약 400kg이 필요하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에는 2200kg, 버니지아급 핵잠수함에는 420kg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그러나 공급망은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에서 비축광물 부국장을 지낸 애슐리 줌월트-포브스는 WSJ에 “중국이 이를 협상 카드로 쓰는 건 당연하며, 미국 공급망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이 지점”이라고 말했다.
희토류는 방산업계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두루 쓰이는 만큼, 공급이 끊이면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당국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에 대한 관세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에 협상 메시지를 띄우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전해진다.
현재 미국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이 수출을 제한한다면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이미 확보해 둔 재고로 버티는 중이며, 수출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폐자재에서 소량의 희토류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식도 시도 중으로 전해진다. 미 에너지·공급망안보 포럼(SAFE)의 조이 오이슐 선임분석가는 “일부 기업은 40~60일치 재고밖에 남지 않았으며, 수출 승인이 나지 않으면 생산 중단 우려”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일부 전략 비축물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국가안보 위기 상황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줌월트-포브스는 “미국 정부는 냉전 시절엔 500억달러(약 71조7000억원)어치를 비축했지만, 지금은 8억달러(약 1조1500억원) 규모로 줄었다”며 “비축물자를 1990~2000년대 대부분 처분한 탓에 현재 미국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희토류 공급망의 취약성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지적돼 왔다. 앞서 중국은 2010년 일본과의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그때도 일본 자동차 산업 등 주요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