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터쇼인 ‘상하이모터쇼’가 지난 23일 중국에서 개막한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초급속 충전 기술을 발표했다. 외신들은 세계 전기차 산업이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에 크게 의존하게 됐다며 이들 기업이 미국보다 수년 앞선 기술력을 가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23일 제21회 상하이모터쇼에서 관람객이 BYD 차량을 시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4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닝더스다이(CATL)는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2세대 배터리 ‘선싱(Shenxing)’을 선보였다. 선싱은 주행거리가 800㎞에 이르며 5분간 충전하면 520㎞를 주행할 수 있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시간과 유사한 수준으로 충전 속도를 단축한 것이다. 올해 67종 이상의 새 전기차 모델이 선싱 배터리로 구동될 예정이다.

화웨이도 전날 15분 만에 대형트럭을 90%까지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겠다고 밝혔고, 비야디(BYD)도 5분 충전으로 470km까지 주행 가능한 급속 충전 기술을 지난달 공개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최대 자동차 그룹인 지리(Geely)는 배터리 사업을 통합해 배터리 그룹인 ‘지리파워’를 설립한다.

BYD와 CATL이 잇달아 공개한 ‘5분 충전’ 기술은 아직 중국 내에서만 상용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와중에도 중국이 전기차 기술 분야에서 미국보다 수년 앞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지난 23일 제21회 상하이모터쇼 관람객들이 BYD 부스를 찾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전기차 보급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3월 중국에서 판매된 승용차의 52%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였다.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보급률은 각각 10%, 15% 안팎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CATL은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중국산 테슬라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포드는 CATL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를 제조하기 위해 현재 공장을 짓고 있다. BYD는 자체 전기차 제조까지 병행하면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에서 테슬라를 앞지르고 1위 기업이 됐다.

미국과의 기술 격차는 인프라와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는 1300만개 이상의 충전 시설이 설치돼 있다. 반면 미국 에너지교통공단(JOT) 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충전소 수는 약 23만개 수준에 불과하다.

WSJ는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기차 충전 환경이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며 “여기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낮은 전기 요금 등도 기술 보급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