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관세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와의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인도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D 밴스는 인도를 미국의 협력 대상으로 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도와 미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무역 파트너이자 방위 동맹으로서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과 인도 간 총 상품 무역 규모는 약 1292억 달러(약 185조 원)에 달할 정도로, 양국은 서로에게 주요 무역 상대국이다.
밴스 부통령은 전날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무역 문제를 논의했다. 이후 양국은 상호 무역 협상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한 업무 범위(TOR)를 확정했다. 이는 미국에게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해결하고 상호 무역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에 10% 기본 관세와 26%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나, 이를 유예한 바 있다.
인도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밴스 부통령의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WSJ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인도에서 “인도에는 활력이 넘치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서방의 많은 나라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서방 지도자 일부는 자기 의심에 시달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밴스 부통령이 지난 2월 유럽을 방문했을 때의 공격적인 발언과 대조적이다. 당시 밴스 부통령은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연설을 통해 “현재 유럽의 가치가 미국이 방어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유럽 각국 지도자들 앞에서 유럽 정치가 검열, 선거 취소, 정치적 올바름에 물들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밴스 부통령은 모디 총리에 대한 개인적인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회담에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부인 우샤 밴스와 세 자녀와 함께 참석한 밴스 부통령은 자녀들이 지금까지 만난 세계 지도자들 중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만 좋아한다고 말했다. 밴스는 “아이들이 훌륭한 점은 그들이 매우 솔직하다는 것”이라며 모디 총리를 추켜세웠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인도와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인도가 먼저 손을 내민 덕분이다. 지난 2월 모디 총리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2030년까지 양국의 교역 규모를 현재의 5000억 달러(약 714조 원)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이번 회담에서 무역에 관한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인도에 대한 무역 장벽을 낮추는 발언도 나왔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이 인도와 방위 장비 공동 생산을 확대하고, 인도로의 에너지 수출을 늘리는 것은 물론 인도의 해외 천연가스 및 필수 광물 자원 탐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행정부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가 물건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부분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는 두 나라 모두의 경제적 독립에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도의 대미(對美) 정책 전환을 압박도 이어졌다. 밴스 부통령은 회담에서 미국 기업들이 인도 내 원자력 발전소에 투자하는 것을 막고 있는 책임 법안 문제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인도 정부는 발전소 건설에 참여한 공급자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현재 법안을 수정할 계획임을 시사했다고 WSJ는 전했다. 밴스 부통령은 “우리가 성공적으로 협력하지 못한다면, 21세기는 인류 모두에게 매우 어두운 시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WSJ는 “밴스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며 발표한 상호관세에서 인도가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인도 정부 당국자들에게 안도감을 더해줬다”며 “지난해 미국과 인도의 무역 적자는 약 460억 달러(약 66조 원)에 달했지만, 인도는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훨씬 낮은 관세율을 맞닥뜨리게 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