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2세 교황의 선종으로 로마 가톨릭교회가 15~20일 후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에 돌입한다. 이번 선거는 역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속 선거’가 될 것으로 외신은 전망했다.

21일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콘클라베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사임한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열리게 된다. 특정 후보가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을 때까지 투표를 반복한다. 80세 미만의 추기경 140명이 투표권을 가진다. 이들은 이론적으로 세례받은 누구나 교황으로 선출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추기경단 내부에서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2013년 3월 12일 바티칸에서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 추기경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재 선거권을 가진 135명 중 108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인물들이지만, 이들 모두가 그의 사상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고 있다. 성평등, 성소수자 등 여러 이슈에서 다양한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과거보다 추기경단의 다양성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중 다양한 배경의 추기경을 임명했다. 특히 유럽 출신이 다수였던 기존과 달리, 아프리카·아시아·남미 등 비유럽권 출신의 비중을 늘렸다. 이 때문에 이번 콘클라베는 비유럽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는 첫 콘클라베가 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극단적 보수 또는 진보 성향 인사가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또 복잡한 국제 관계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고위 성직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WSJ은 총 11명의 추기경을 유력 후보로 거론했다. 각각 ▲아르보렐리우스 추기경 (스웨덴 스톡홀름) ▲찰스 마웅 보 추기경 (미얀마 양곤) ▲프랑수아 자비에르 뷔스티요 추기경 (프랑스 아작시오) ▲프리돌린 암봉고 베순구 추기경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장마르크 아블린 추기경 (프랑스 마르세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필리핀 마닐라)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 (바티칸 교황청) ▲마테오 주피 추기경 (이탈리아 볼로냐) ▲페터 에르되 추기경 (헝가리 부다페스트)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 (예루살렘)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바티칸 국무원장) 등이다.

새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추기경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프리카·아시아·남미 등 비유럽권 출신의 비중을 늘렸다. /AFP연합뉴스

이 가운데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에 대해 NYT는 “바티칸의 중동 담당 최고 책임자”라고 소개하며 세계에서 가장 격렬한 분쟁 지역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명성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다만 60세의 나이는 교황을 맡기에 어리다는 평가도 받는다고 전했다.

바티칸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에 대해서는 “20년 이상 바티칸의 외교관과 차관보로 인하며 바티칸의 국제 관계를 이끌어 왔다”며 “그는 아시아 전문가로, 최근 바티칸이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진전시킨 주역”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콩고의 프리돌린 암봉고 추기경을 유력 후보로 거론하며 “아프리카는 교회가 가장 활기를 띠는 지역이다. 세계 어느 지역보다 많은 신학생을 배출하고 있다”며 “교회가 언제쯤 아프리카 출신 교황을 선출할지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 유력 후보로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을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린다”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가난한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닮았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콘클라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늘 실패로 끝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차기 교황 선출 결과에 대한 전망은 불확실하다. NYT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중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추기경을 임명해 추기경단이 다양해졌고, 추기경단 내 움직임과 파벌을 파악하기 어려워져 예측이 복잡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