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때문에 미국 대두 농가가 위기에 처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최대 구매처인 중국 농가로부터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체 공급선으로 브라질을 주목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두(콩)다. 지난해 기준 미국은 중국에 2700만t 이상의 대두를 수출했으며, 그 가치는 약 128억달러(약 18조원)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의 전체 대중(對中) 수출액의 9%에 해당한다.

미국 일리노이주 소모노크의 한 콩밭.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미중 양국 간 상호 보복관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농가가 중국으로 대두를 수출할 길이 가로막히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미국 농무부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1월 중순부터 선제적으로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의 예약 구매를 중단했다.

이는 미국의 대두 농가와 중국의 양계·양돈 농가 모두에 악재다. 농민들은 미국 농업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로선 인도, 이집트, 멕시코 등 제3국 수출시장 개척 외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NYT는 “미국 대두수출협회와 대두협회는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도 새로운 대두 가공 공장들이 가동을 시작하고 있다”며 “또 바이오연료 등 사료 이외의 활용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농민들의 유일한 구제책은 정부 보조금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무역 전쟁 당시 정부는 농민들에게 230억달러(약 33조원) 규모의 긴급 지원금을 지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도 추가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이 틈새를 노리고 있다. 전 세계 콩 생산량의 52%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나오는데, 그 중 브라질은 40%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28%에 그친다. 브라질 최대 대두 재배 지역인 마투그로수주의 한 대두 생산업체 관계자는 NYT에 “미국산 콩을 못 구하게 되면 중국은 브라질산 콩을 더 많이 가져가야 할 것”이라며 “그러려면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브라질산 콩 현물가격은 상승세다.

미국 일리노이주 미누카의 한 콩밭.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브라질은 미중 무역 전쟁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였다. 2017년 이후 중국의 브라질산 대두 수입량은 35% 증가했고, 같은 기간 미국산 대두 수입량은 14% 줄었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량을 보면 2017년엔 전체 수입량 중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가량이었으나, 지난해는 이 비중이 20%까지 떨어졌다. 중국은 그 대신 브라질산 대두 수입 비율을 2017년 약 50%에서 지난해 70% 정도로 늘렸다.

이번에 다른 점은 중국이 지난 10년 간 브라질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해왔다는 점이다. 중국은 브라질의 항만, 철도 등 물류 운송 인프라 투자를 통해 중국행 대두 물량을 늘릴 기반을 닦아 왔다. 올해에는 남미 최대 항만인 브라질 산투스 항에 중국 국영기업 ‘코프코(COFCO)’가 주도하는 5억달러(약 7100억원) 규모의 터미널도 개장했다. 이는 최대의 물류 거점이 될 전망이라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