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학대했다고 의심해 똥 묻은 기저귀로 어린이집 교사를 때린 어머니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실형을 선고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3-3형사 항소부(박은진 부장판사)는 A(40대)씨의 상해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의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는 검찰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받은 고통 등을 종합할 때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상적 사회 관념에 비춰볼 때 계획적이든 우발적이든 타인 얼굴에 고의로 오물을 묻히는 행동은 상대방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며 “범행 이후로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피해자는 보육교사 업무를 계속할 수 없을 만큼 현재까지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단순히 기저귀를 던진 것이 아니라 피해자 안경이 부러지고 얼굴과 머리카락, 상의, 안경 렌즈에 상당한 대변이 묻을 정도로 피해자 얼굴에 기저귀를 비빈 것은 범행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된다”며 “이 사건 수사가 지속되는 순간에도 피고인은 여러 아동학대 혐의로 피해자를 고소했으나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고 했다.
A씨가 원심서 200만원을 공탁한 점과 민사상 손해배상 사건에서 법원의 화해 권고에 따라 3500만원을 지급한 점도 유리한 양형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락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엄벌에 처해달라는 의사 표시를 하는 만큼 피해자가 피해 회복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에게 사죄하며 반성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A씨는 판결 직후 “어린 두 자녀가 있고 아이를 키워 줄 사람이 없다. 많이 반성했다”며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23년 9월 10일 세종시의 한 병원 입원실 내 화장실에서 손에 들고 있던 아이의 똥 묻은 기저귀를 펼쳐 어린이집 교사 B(53)씨의 얼굴을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둘째가 입원하면서 병원에 있었던 A씨는 어린이집에서 첫째가 다친 일로 학대를 의심해오던 중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함께 병원에 찾아온 B씨와 대화하다가 홧김에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 재판부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A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