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정책으로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머스크는 관세로 인한 자동차 산업 피해를 우려해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백악관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머스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민주당은 사임을 공식화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현관에서 테슬라 차량에 앉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 /AFP=연합뉴스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의 정치적 고립은 그의 정부 내 역할에서 시작됐다. 머스크는 현재 연방정부의 특별 공무원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관련법상 연 130일 이상 근무할 수 없다. 이에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77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머스크의 다음 달 30일 사임을 공식화하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머스크가 사임한 이후에도 1년간은 테슬라 등 보유 기업을 처분하지 않는 이상 복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머스크는 정부 내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연방공무원 230만명 중 20만명 이상을 감축했다. 국세청도 최근 전체 직원의 25%에 달하는 인력을 감원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 민주당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머스크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과의 갈등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나바로는 관세 정책의 핵심 설계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보호무역주의 경제 참모로, 머스크와는 무역정책에 대한 시각 차이가 뚜렷하다.

최근 나바로는 CNBC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제조업체 운영자라기보다는 단순한 자동차 조립업자”라고 평가절하했고, 이에 머스크는 트위터(X)를 통해 “나바로는 벽돌 자루보다 멍청하다”, “그가 말한 것은 모두 거짓이며, 가짜 전문가 론 바라에게나 물어보라”며 맹렬히 반박했다. 론 바라는 나바로가 자신의 저서에 등장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경제학자로, 머스크는 이를 조롱 삼아 비판한 것이다.

머스크는 또 “테슬라는 미국에서 가장 수직 통합된 자동차 제조사이며, 부품 국산화율도 가장 높다”며 조립업자라는 평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백악관은 이같은 양측 갈등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자유롭게 오가는 것 자체가 투명한 행정부의 장점”이라며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여론도 머스크에게 불리하게 돌아서고 있다. 최근 미국 전역 50개 주 1200여 곳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졌고, 이 자리에서 머스크의 사임도 요구됐다. 참가자들은 사회보장제도 삭감, 공공의료 축소, 공무원 감축 등의 정책이 국민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장은 붕괴되는데 트럼프는 골프를 치러 다닌다”라며 대통령의 책임 회피를 지적했다.

이러한 정치·사회적 압박과 함께 머스크의 재산도 급격히 줄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 급락 여파로 머스크의 자산은 3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1347억 달러를 잃었으며, 지난 3~4일 단 이틀 만에 310억 달러를 날리기도 했다.

여러 논란 가운데서도 머스크는 지난 5일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이 궁극적으로는 무관세 상태로 나아가야 한다”며 자유무역을 촉구했다. 이같은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무역정책과 대조적이며 향후 백악관과의 정책 노선 차이를 더욱 부각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