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조치 이후 미 채권시장이 투매 흐름을 멈추고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10일(현지 시각) 뉴욕증시가 다시 급락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시장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41%로 전일 대비 7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오전 중에는 관세 유예 발표의 영향으로 4.26%까지 하락하기도 했으나, 증시 급락과 함께 다시 오름세를 나타냈다.
앞서 지난 9일 상호관세가 발효되자 아시아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10년물은 장중 4.51%, 30년물은 5.02%까지 치솟으며 시장에 공포감을 안겼다. 30년물 수익률은 3거래일 동안 약 50bp나 상승했는데, 이는 1982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폭이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곧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하며, 그 속도가 최근처럼 빠를 경우 시장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키운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한 자릿수인 상황에서 나타난 이 같은 급등세는 과거 고금리 시대보다 더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 결정의 배경과도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은 관세 유예 결정이 ‘원래 계획된 수순’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채권시장의 격렬한 반응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재닛 옐런 전 미 재무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최근 국채시장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명백히 우려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CNBC 인터뷰에서 “채권시장이 공황 상태였다고는 보지 않지만, 관세 유예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채권시장은 매우 까다로운 시장”이라며 “(시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보니 아주 멋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CNBC는 이날 다시 급락한 뉴욕증시 상황을 언급하며 “채권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를 보냈고, 그는 이를 받아들여 재앙을 피했다”면서도 “시장 안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