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중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 중인 고율관세를 폐기하는 방안을 놓고 공식 협상에 다시 돌입했다.
1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전기차 수출 시 최저가격 설정 방안을 포함한 대안을 놓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협상 재개 시점에 대해 “지난 24시간 내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양측이 지난달 말 회동에서 협상 재개에 뜻을 모았다고 보도했지만, EU 측은 보다 최근 논의를 공식화한 셈이다.
EU와 중국은 지난 8일 화상 통화를 계기로 접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중국 상무부도 성명을 통해 전기차 수출가격 협상 개시와 함께 양측 간 자동차 산업 투자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U는 작년 10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저가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판단해 7.8%에서 최대 35.3%의 추가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총 관세율은 17.8%에서 45.3%까지 높아진 상태다.
한때 EU와 중국은 관세 대신 ‘최저수출가격 설정’ 방식의 이른바 가격 약정 협상을 시도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중단됐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을 시작으로 중국에 고율 관세를 연달아 부과하자, EU가 대중 비판 수위를 조절하며 관계 복원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도 미국과 관세전쟁이 심화되자 EU와의 전략적 공조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EU는 올해 7월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회담 개최지를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이 아닌 베이징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EU는 전날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하자 이에 대한 보복관세를 보류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EU가 중국과의 협상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향후 미중 갈등 구도에 따라 속도 조절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로프 질 EU 대변인은 “중국과 통상·경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변함없는 목표”라면서도 “중국의 무역장벽이나 불공정 경쟁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