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조류독감·AI) 확산으로 미국 내 1억2000만마리 이상의 닭이 살처분되고, 달걀값이 한 알당 1800원까지 치솟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조류독감으로 전 세계 양계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형 달걀 생산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수익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8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내 달걀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미국 최대 달걀 생산업체인 ‘칼메인 푸드(Cal-Maine Foods)’는 이날 분기 순이익이 5억900만달러(약 7558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3배가 넘는 것으로, 2022년 조류독감 발병 이후 3년 연속으로 실적이 고공행진 중이다.

브라질의 한 양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로이터연합뉴스

WP에 따르면 칼메인의 달걀 한 판(12개)의 가격은 조류독감 유행 전 1.3달러(약 1900원) 수준에서 최고 4.06달러(약 6000원)까지 올랐다. 반면, 사료비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WP는 “조류독감으로 수백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돼 생산량에 타격을 줬지만, 동시에 달걀 가격을 폭등시켜 일부 기업들이 손실을 메우거나, 막대한 이익을 내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 농무부(USDA)는 양계업계에 수천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칼메인은 이 보조금을 두 차례 수령했다. 캔자스주에서 150만마리의 닭이 살처분된 뒤에는 2200만달러(약 327억원), 텍사스주 파웰 농장에서 160만마리의 닭이 도살된 뒤 2100만달러(약 312억원)를 지급받았다. 칼메인은 양계장 닭의 4%가 살처분됐지만, 정부 보조금과 달걀 값 인상이 실적 급등을 이끌었다.

이 밖에도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힐랜데일(Hillandale)은 5300만달러(약 787억원), 아이오와와 오하이오에 농장을 보유한 벌소바(Versova)는 1억700만달러(약 1588억원) 이상을 수령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비상장사로, 보조금 수령 등이 순이익 증가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콜로라도주 잉글우드의 월마트 매장 선반에 달걀 상자가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소비자 단체들은 기업이 정부 보조금을 넉넉히 받고도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소비자연맹 측은 WP에 “대기업이 정부의 구제를 받았음에도 고가의 달걀을 판매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칼메인처럼 여러 지역에 농장을 보유한 대형 업체가 아닌, 단일 농장에 의존하는 중소 생산자는 조류독감에 감염된다면 생산 전면 중단에 직면하게 된다. WP는 “복구까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까지 걸릴 수 있다”며 “그런데 정부 보조금은 죽은 닭에 대해서만 지급돼 생산 공백에 대한 손실은 보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USDA는 최근 손실 보상 기준을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은 감염된 닭 한 마리당 보상액을 7달러(약 1만원)에서 17달러(약 2만5000원)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