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세계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반등 기대감이 오르던 기업공개(IPO) 시장도 다시 급속도로 얼어붙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7일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연초까지만 해도 IPO 시장이 수년 간의 부진을 딛고 마침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건설업 소프트웨어 플랫폼 ‘서비스타이탄(ServiceTitan)’의 주가는 첫날에만 35% 급등했고,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 ‘클라르나(Klarna)’, 티켓 재판매 플랫폼 ‘스텁허브(StubHub)’,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 등 주요 스타트업이 기대감 속에 올해 상장을 앞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드리우자, 시장의 주목을 받던 ‘IPO 대어(大魚)’들은 공모가를 낮추고 상장을 연기하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코어위브는 예상보다 낮은 공모가로 상장해야 했고, 이달 상장 예정이었던 클라르나와 스텁허브는 상장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맷 케네디 르네상스캐피털 수석 전략가는 BI에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모든 신호가 2025년을 IPO 반등의 해로 가리키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런 기대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르네상스캐피털은 올해 IPO 건수가 150건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4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IPO 장기 침체가 더 연장된 셈이다.
BI에 따르면 2021년에는 미국에서 총 311개 기업이 IPO를 통해 1190억달러(약 175조원)를 조달,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IPO 실적은 매년 급감했다. 2022~2024년 3년 간 IPO를 통한 조달액은 총 390억달러(약 57조원)에 불과했다. 2021년 한 해 실적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그러다 올해 들어 반등 신호가 포착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기대감이 꺾인 상황이다.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이 중장기 성장 전망을 제시하기 어려워졌고, IPO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미래 성장성’이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 요인이 아니게 됐다는 것이다. 케네디 수석 전략가는 “지금처럼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 상장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IPO 시장 침체가 이보다 더 구조적인 변화에서 비롯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성장 스타트업들이 더 이상 IPO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Space X)’와 전자결제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Stripe)’는 상장 없이도 가파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생성형 AI 붐을 이끈 ‘오픈AI(Open AI)’도 비공개 상태로 기업을 운영 중이다.
크레이그 코벤 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주식자본시장(ECM) 글로벌 총괄은 BI에 “기업을 상장시키지 않더라도 비상장 시장에서 조달 가능한 자본이 많기 때문에, 굳이 상장을 해서 불필요한 규제와 공개 의무를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BI는 “유명 스타트업은 IPO에 나서지 않아도 기업을 유지할 여유가 있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 그렇지 않다”며 이들에게는 여전히 IPO가 중요한 자본조달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얼어붙은 시장에서 IPO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눈높이 낮춰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