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는 두 선거가 치러졌다. 하나는 플로리다주 연방 하원 선거, 다른 하나는 위스콘신주 대법관 보궐선거다. 이 두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과 외국과의 관세 전쟁 속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행정부에 대한 여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였다.

두 선거구에서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을 받은 후보들이 패배하거나 가까스로 승리했다.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의 수전 크로포드 후보가 보수 성향의 브래드 시멀 후보를 꺾고 당선됐고, 플로리다주 제1 선거구와 제6 선거구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들이 모두 승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두 선거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 세 가지를 정리했다.

1일(현지 시각) 치러진 미국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진보 성향인 수전 크로퍼드 후보가 승리를 확인한 뒤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민주당, 공화당과 격차 좁혀

위스콘신 선거에서 민주당의 수전 크로포드 후보는 공화당의 브래드 시멀을 55%대 45%로 이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시멀 캠프에 약 2000만 달러(약 367억 원) 이상의 선거 자금을 지원했지만,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점을 고려할 때 여론은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 위스콘신은 의회와 대선에서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로 꼽힌다.

플로리다주 제6선거구에서는 공화당의 랜디 파인 후보가 민주당의 조시 와일 후보를 14%포인트 차이로 꺾었다. 이 지역은 지난 선거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차출된 마이클 왈츠 전 의원이 민주당 후보를 33%포인트 차이로 이긴 곳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의 표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제1선거구에서는 공화당의 지미 패트로니스 후보가 민주당의 게이 밸리몬트 후보를 15%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이 지역 역시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맷 게이츠 전 의원이 민주당 후보를 32%포인트 차이로 이긴 곳이다. 플로리다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지역으로 최근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세가 강했지만, 여론이 바뀌고 있음을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WP는 “백악관이 지난주 엘리스 스테파닉(뉴욕) 하원의원의 유엔 대사 지명을 왜 철회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며 “그녀의 선거구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21%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곳이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스테파닉의 지역구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의회에서 모든 공화당 의석을 지키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스테파닉의 유엔 대사 지명을 철회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열린 보수 성향의 주 대법원 후보 지지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 일론 머스크가 유권자에게 수표를 전달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의 위기

머스크는 위스콘신 선거에서 약 2500만 달러를 썼고, 시멀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차례 위스콘신 유세에 등장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도 시멀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끊임없이 올렸다. 또한 현지 강연 행사를 열어 조기 투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100만 달러(약 15억 원) 수표 추첨'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진보 진영의 결집을 막지 못하고 좌절해야 했다.

이 같은 결과는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의 대규모 연방 정부 구조조정이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을 안겨 준 상황에서 나왔다. WP는 “머스크의 참여가 유권자들을 민주당 쪽으로 끌어들였는지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선거는 머스크에게 분명한 좌절을 안겨줬고, 사실상 본인이 자초한 실수였다”고 평가했다. 돈으로 표를 얻으려는 머스크의 행동이 시민들의 반감을 샀다는 것이다.

위스콘신 아우타가미 카운티의 공화당 의장인 팸 반 핸델은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사람들은 트럼프를 사랑하지만, 트럼프가 지원하는 모두를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높아진 투표율

위스콘신 선거에서는 이전 선거에 비해 눈에 띄게 투표율이 증가했다. 위스콘신의 총 투표 수는 230만 표를 넘어섰는데, 이는 2023년 위스콘신 대법원 선거의 180만 표보다 약 28% 증가한 수치다. 크로포드는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카말라 해리스가 받은 표의 약 77%를, 시멀은 트럼프의 표의 약 62%를 얻었다. WP는 “민주당은 투표율이 극히 낮고 변동성이 클 때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둬왔다”고 보도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그동안의 경향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플로리다의 두 선거 총 투표율은 작년 대선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제6선거구의 총 투표 수는 19만 표로, 특별 선거로는 매우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고 WP는 전했다. 공화당 지도자들과 여론조사가 6선거구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한 후, 공화당 지지자들이 집결했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은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의 집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공화당과의 표 차이를 절반으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