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는 신차 판매량의 90%를 전기차가 차지할 만큼 전기차 선호도가 높은 나라다.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게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시장이지만,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전 세계적인 반감이 심화되면서 노르웨이에서 테슬라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27일(현지 시각)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운행 중인 테슬라 모델 Y 택시. / AFP=연합뉴스

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테슬라가 번성해야 할 곳이 있다면, 그곳은 노르웨이일 것”이라며 “최근 테슬라의 노르웨이 판매량이 올해 들어 12% 이상 감소한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노르웨이 자동차 판매량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테슬라의 부진은 올해 들어 시작됐다. 올해 1~2월 동안 테슬라는 노르웨이 신차 판매량의 약 9%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테슬라 점유율은 폭스바겐과 토요타에 밀려 노르웨이 시장에서 3위로 떨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하락은 다른 지역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NYT는 평가했다.

테슬라가 노르웨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차량 종류가 부족하다. 테슬라는 SUV 모델 Y와 세단 모델 3 두 가지 모델에 대부분의 판매를 의존하고 있다. 테슬라의 최신 모델인 사이버트럭은 외장 패널 문제로 인한 리콜 사태로 수요가 거의 없는 상태다.

테슬라의 기술 수준을 경쟁 업체들이 어느 정도 따라잡은 것도 한 요인이다. 테슬라는 한때 배터리 주행 거리, 소프트웨어 및 운전 보조 기술을 선도하며 ‘전기차 표준’을 설정한 회사였다. 그러나 최근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제조에 익숙해지면서 테슬라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폭스바겐, 볼보, BMW, BYD 등은 테슬라보다 더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를 연구하는 리서치 회사 로 모션(Rho Motion)의 윌 로버츠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전기차 분야에서 많은 진전을 이뤘다”면서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테슬라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런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유럽 전역에서 ‘안티 머스크’ 심리가 확산된 것도 테슬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기’에 취임한 후 국가효율부 수장으로 임명된 머스크는 유럽 내 극우 정당을 지지하며 내정 간섭 논란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테슬라는 프랑스(-41%), 스웨덴(-55%), 덴마크(-55%)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테슬라의 주력 모델인 모델 Y의 2월 유럽 등록 건수는 전년 대비 56% 감소했으며, 모델 3 역시 14% 줄어들었다. 유럽 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25% 증가했지만,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시장조사회사 JATO 다이나믹스의 펠리페 무뇨즈 글로벌 분석가는 “테슬라는 지난 몇 년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거의 독점적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노르웨이의 테슬라 애호가들은 테슬라 차량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2013년 테슬라를 처음 구매한 오슬로의 도시 계획가 게이르 로그니엔 엘그빈은 미국 네바다주의 테슬라 배터리 기가팩토리를 방문할 정도로 테슬라를 좋아했다. 그러나 최근 그는 소유하던 테슬라를 배터리로 작동하는 화물 자전거와 폭스바겐으로 교체했다. 엘그빈은 “다시는 테슬라를 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