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영국·덴마크·핀란드·포르투갈 등은 자국민에게 미국에 대한 ‘여행 경고’를 발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 정책 강화로 인해 자국민이 미국에 구금되면서 내놓은 조치다. 이렇듯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정책 강화에 미국 여행을 전면적으로 보이콧해야 한다는 흐름이 생기면서 미국 관광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여행 보이콧 여론이 가장 강한 국가는 캐나다다. 캐나다는 매해 2000만 명 이상이 미국을 찾았으나, 트럼프가 캐나다에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만들겠다고 한 이후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여름휴가 계획을 바꿔 캐나다에 머무르자”고 촉구하면서 미국을 찾는 이들이 줄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으로 가는 캐나다인은 20% 이상 줄었다.

3월 31일 미국 워싱턴DC의 벚꽃을 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 / AFP 연합뉴스

이는 미국이 더 이상 안전한 국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한 결과다. 유효한 여권을 갖고 있는 캐나다 여성의 비자가 취소되고 미국에서 2주 동안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미국 여행에 대한 공포심이 일고 있는 여파다. 이에 캐나다인들은 미국 대신 멕시코, 남미, 유럽으로 여행지를 바꾸고 있다.

미국 여행 보이콧은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여행협회는 캐나다 방문객이 10%만 줄어도 21억 달러(약 3조870억 원)의 매출 감소, 1만4000개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세계 여행 및 관광 협의회(WTTC)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해외 관광객으로부터 2조3600억 달러(약 3469조2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레저 및 호텔 부문에서 8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겼다. 하지만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미국으로의 여행이 지난해 대비 8.8%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올해 5.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미국에 대한 긴장감, 엄청난 관세, 환율 변화로 미국 여행비가 더 비싸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여행을 보이콧으로 인한 관광 수입 감소는 결국 미국 근로자와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여행 및 전문 이벤트 산업의 99% 이상은 중소기업이다. 미 전시회 및 콘퍼런스 연합의 토마스 F. 굿윈 회장은 영국 BBC에 “국제 비즈니스 여행객이 미국 방문을 포기하면 정치인이나 정부는 피해를 입지 않지만 박람회 부스 제작자, 일반 서비스 계약자, 행사장 케이터링업체, 기술자 등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본다”며 “호텔, 택시, 레스토랑 등도 연쇄 효과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 여행 보이콧으로 미국이 소프트파워 영향력도 잃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네리 카라 실라만 옥스퍼드대 기업가 정신 전문가는 “소프트파워는 개방성, 문화적 리더십, 세계적 호의를 통해 가졌던 영향력”이라며 “학자, 과학자, 예술가, 디자이너, 기업가가 미국 대신 다른 나라를 선택하기 시작하면 미국은 방문객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는 폐쇄된 사회로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