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시작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을 앞두고 전 세계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이슈 중 하나는 미중 갈등이다. 첫 집권기 동안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주석과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였던 만큼 이번에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재점화될지 여부에 각국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G2의 갈등은 당사자뿐 아니라 전 세계에 연쇄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조선비즈는 G2 대결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금융·외교·산업 등 각 분야에 걸쳐 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오는 20일에 열릴 자신의 취임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초대했다. 대통령 취임식에 외국 정상을 초대한 것은 미국 헌정사상 처음이다. 미 국무부가 공개한 1874년 이후 해외 정상 방문 기록을 보면, 대통령 취임식에 외국 정상이 참석한 적은 없다. 군주제를 거부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건국된 미국은 1789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부터 취임식을 국내 행사로 치렀고, 미국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와 배우자는 초대하지만, 해외 정상은 초청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미국 CBS 뉴스에 따르면 트럼프가 시 주석을 취임식에 초대한 것은 대선(지난해 11월 5일) 직후인 11월 초.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운동 기간과 당선 이후, 대중(對中) 관세 인상을 예고하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와 미국 주식 시장에서의 중국 자본에 대한 제한 강화,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 수 축소 등을 언급하며 미·중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을 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을 초청한 것은 세계 1·2위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트럼프 2기’에 펼칠 치열한 외교전의 예고편과 다름없다. 그리고 사업 협상처럼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는 외교 정책을 구사하는 ‘사업가 트럼프의 귀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보호주의’, ‘허세’를 보여준다. 또한, 미·중 관계가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시 대통령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 ‘관세맨’의 귀환, 국무장관·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마저 ‘대중 매파’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는 이번에도 첫 임기 동안 주장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앞세웠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에 집중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 핵심에 관세가 있다.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미국 경제 성장, 일자리 보호, 세수 증대를 이룰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대선 운동을 펼치면서 “모든 수입품에 대해 보편적으로 관세를 10~20% 인상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60%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당선 후인 지난해 11월 25일 “대통령 취임일 나의 첫 번째 행정명령으로 미국으로 오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서류에 서명하겠다. 모든 중국 상품에 대해서도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 또한 미국 시장에 전례 없는 접근을 할 수 있게 해준 최혜국 무역국 지위도 철회하겠다고 위협했다.

여기다 트럼프가 ‘대중 매파’로 꼽히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을 국무장관으로, 마이크 왈츠 연방 하원의원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첫 임기 때보다 공격적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루비오는 중국을 “세계의 위협”이라고 부른 인물로 홍콩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인권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 공무원에 대한 제재를 허가하는 법안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2020년부터 중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왈츠 역시 인권 침해를 이유로 미국이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보이콧할 것을 촉구한 인물이다. 이들은 중국과의 광범위한 상업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첨단 반도체 수출 등을 막는 조 바이든 현 행정부의 방식보다 중국과의 무역 및 기타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트럼프 2기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 AFP 연합뉴스

◇ 중국에 ‘트럼프 2기’는 도전과 기회…‘양국 협력’ 가능성 열어둬

하지만 트럼프가 공약한 고율 관세를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하이브리드위협 연구센터장은 “경제적 부분에서 트럼프가 관세를 높이겠다고 한 것은 실행이 아닌 위협”이라며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인상을 위협해 ‘불법 이민자 줄이기’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듯이 제재하는 것보다 위협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 경영대 법학교수 역시 AP통신에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는 도구로 관세를 활용할 수 있다”며 “중국의 경제적 지위가 약해진 만큼 대화 의지가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무엇보다 관세를 높이면 미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관세는 물건이 국내에 들어올 때 부과하는 세금으로 수입품의 가치에 비례해 부과한다. 미국 기업이 미국 정부에 내는 세금이 관세다. 만약 미국에서 수입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관세로 늘어난 비용을 미국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소매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가하면, 결국 미국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ING는 트럼프가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관세 계획을 밝힌 지 몇 시간 후에 “트럼프의 계획이 실행된다면 미국 소비자 한 명당 연간 최대 2400달러(약 335만 원)의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공약처럼 보편 관세 10%, 대중 관세 60%를 시행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가 0.9% 상승하고,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기다 중국 경제 상황이 8년 전과 달라졌기에,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외교전을 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경제는 침체해 있고, 부동산 부문은 침몰 직전인 데다 젊은이의 약 20%는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공식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해 이를 막으려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양측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데 몇 달 또는 그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시 대통령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12일 미·중 기업 협의회에 서한을 보내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와 협력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시 주석은 “양측이 대립보다는 대화를, 제로섬 게임보다는 윈윈 협력을 선택해야 한다”며 “미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 기업에 중국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CNBC는 “일부 관세가 도입될 수 있지만, 긴밀하게 조정될 것이며 갑작스럽거나 규모가 너무 크거나 파괴적인 것은 아닐 것”이라며 “양국 모두 막대한 관세를 갑자기 부과하기보다 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려고 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 대만과 우크라이나, 미·중 무역 전쟁 강도에 영향

중국 입장에선 대만을 트럼프와의 거래에 활용할 수도 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라 주장하지만, 미국은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만 해도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외교 방문을 늘려 대만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2016년 12월 외교 의례를 어기도 당시 대만 대통령이었던 차이잉원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아 중국을 자극했다.

하지만 최근 내놓은 트럼프의 발언을 보면 대만에 대한 입장 변화가 느껴진다. 트럼프는 대선 운동 때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고 비난했고, “대만은 미국에 보호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2기에선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에 따라 대만 안보를 포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가 미국의 이익을 기준으로 행동한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대만을 놓고 시 주석과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가 대만을 방어하는 데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졌기에 중국은 대만 문제에서 미국에 더 큰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며 “미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정치적 지원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했다.

대만 북동쪽 해안에서 몇 해리 떨어진 곳에서 대만 해안경비대 선박(L)이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을 감시하는 모습. / AFP 연합뉴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미국과의 거래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른 시간 내에 끝내고 싶어 하는 트럼프 입장에선 러시아, 북한과 우호 관계인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AP통신은 “트럼프가 시 주석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무역 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를 반영하듯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 대선 이후 논평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라며 “긴밀한 경제적 유대관계는 중국이 평화 구축 노력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 트럼프는 ‘불확실성’ 상징…미·중 관계는 바이든 때도 갈등, 韓 기업에 기대야

트럼프 2기 미·중 관계를 둘러싼 추측이 분분하지만, 공통된 견해가 있다. 트럼프가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국제 안보 및 외교 담당 부사장인 대니얼 러셀은 CNN에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을 비난하기 전까지 시 주석의 열렬한 추종자였다”며 “이에 중국은 어떤 트럼프를 기대해야 할지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기 전인 지금 양국은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개장 종을 직접 울린 자리에서 “우리는 중국과 많은 대화를 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유입됐을 때 내가 그 관계를 어느 정도 단절했는데, 그건 너무 나간 조치였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는 지난달 16일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차기 미국 행정부와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왕이 외교부장은 외교부에 게시한 성명에서 “우리는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중국과 협력해 혼란을 없애고 장애물을 극복해 양국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길 바란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쓰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으로 중국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신흥 경제국과 동맹을 맺었고, 트럼프의 재집권을 앞두고 유럽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한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섰다. 퉁 자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수석 연구원은 CNN에 “무역전쟁 재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국은 미국이 중국과 서방 국가의 기술 및 공급망 분리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유럽과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본다”고 했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 또한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은 트럼프 1기 동안 미국에 대한 세계의 불만을 이용하지 못했다”며 “중국은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한국은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 외교권에선 바이든 행정부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입장도 나온다. 2021년 시작한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과의 무역을 계속 억제했고, 반도체 등 특정 기술 제품의 수출을 제한하는 데 있어 트럼프 1기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차이는 바이든 정부의 경우 중국과 갈등이 있지만, 관계는 이어가는 ‘디리스킹(위험완화)’를 추구했고 트럼프는 중국과 완전히 갈라서는 ‘디커플링(공급망 분리)’ 기조였다는 점이다. 고 연구센터장은 “트럼프 임기 초반 6개월이 중요한 시기인데 한국은 내부 정치 일정에 따라 이 시기를 놓치게 됐다”며 “지금 남은 것은 기업이다. 한국과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려는 트럼프에게 미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