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동부 지역의 밤하늘을 뒤덮은 정체불명의 무인기(드론)들이 주민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정부는 공공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의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월 중순 뉴저지 북부에서 처음으로 드론 목격 사례가 보고된 이후, 인근 지역으로 신고가 확산하고 있다. 뉴저지주와 워싱턴DC 인근인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를 포함해 현재까지 수천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드론들은 대체로 저녁 시간대에 나타나 수십 분에서 수 시간 동안 공중을 선회하다 사라진다는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드론들은 상업용 드론보다 크거나 밝은 조명을 장착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과 국토안보부(DHS), 연방항공청(FAA),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드론 목격 사례에 대한 합동 브리핑을 열어 “대부분의 사례는 유인 항공기를 드론으로 착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BI는 “드론 목격 신고가 주변 공항을 오가는 항공기 경로 주변에 집중된다”면서 “정체불명의 드론을 목격했다는 신고 5000건 중에 실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것은 100건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도 시민들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폭스뉴스는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조사 중인 드론의 실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면서 “드론 현상이 발생한 지 20일 이상 지났지만, 펜타곤은 드론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방 정부가 정체불명의 드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격추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뉴저지 북부 도버시의 시장 제임스 도드는 드론 신고가 항공기를 오인한 것이라는 당국의 발표에 “8000㎞ 바깥의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미국이 드론의 출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꼬집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전 주지사는 최근 자택 상공에서 대형 드론 수십 대를 목격했다면서 “연방 정부의 투명성 부족과 무관심한 태도에 국민은 우려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한국계 최초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오른 뉴저지의 민주당 앤디 김 의원은 “FAA가 항공기 식별에 더 많은 자원과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런 종류의 분석 결과를 제출받지 못했다”면서 “드론으로 의심되는 물체에 대한 답을 얻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당국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체불명의 드론들이 외국 세력의 정찰 활동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음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적대 세력이 대서양 해상에서 드론을 띄우고 있다는 주장부터 미국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라는 추측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뉴욕시에서 북쪽으로 100여km 떨어진 스튜어트 국제공항 인근에서 드론 비행이 보고돼 공항 운영이 1시간가량 중단됐었는데, 해당 사건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