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여론이 집중되면서, 이를 통제하지 않고 지켜보는 중국 공산당의 의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계엄령과 관련된 소식들을 주요 속보로 긴급 타전했고, 각종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는 계엄령 관련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중국 공산당이 이번 사태를 이용해 사회주의 체제의 우수성을 홍보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이번에 민주주의 국가 동맹 간 신뢰가 하락하면 중국이 그 틈을 파고들 가능성도 엿보인다.
4일 중국 관영 CCTV는 전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부터 6시간여 이후 해제한 것까지 전 과정을 보도했다. 현재 CCTV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대국민 담화 영상이 올라와 있다. 관영 신화통신도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 계엄령에 의회가 반대표를 던진 후, 국무회의에서 해제됐다”고 보도했다. 계면신문은 ‘한국 비상계엄’이라는 별도 페이지를 만들어 대통령실 실장·수석 비서관이 일괄 사퇴한 소식까지 실시간으로 전달 중이다.
이를 지켜보는 중국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는 9시(현지시각) 현재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해제 선포’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 있다. 2위는 ‘이날 밤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4위는 ‘한국 국회 본관 진입한 군인 전부 철수’가 차지했다. 최대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역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한국 계엄령 소식이 휩쓴 것은 물론, 국회에서 군대와 국회의원·시민들이 대치하는 모습 등 각종 관련 영상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중국 언론과 여론이 한국 계엄령 관련 사태에 관심을 쏟는 이 상황은 중국 공산당이 허용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중국 공산당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특정 사건에 대한 여론을 통제한다. 최근 남부 광둥성 주하이에서 발생한 고의성 차량 돌진 사고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중국 당국은 해당 사건 관련 검색어를 차단했고, 관련 영상들도 모두 삭제 조치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이 자국민에게 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부각하고,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우수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데 이번 사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서구의 다당제와 권력분립 등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고 분열적이라며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아시아 정치 전문가인 카리슈마 바스와니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는 “북한은 의심할 여지 없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고, 그들의 후원자인 중국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중국에, 미국의 강력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역내 동맹국 중 하나가 모범적이지 않은 민주주의 원칙을 보여줬다는 사실은 자국 체제의 이점을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미국 간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의 강력한 동맹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역내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무역 등 대중국 견제 정책에 한미 양국이 의기투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에 앞서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주변국과 관계를 개선하며 미국 중심의 동맹 구조를 흔들려 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한국과 미국의 사이가 벌어진다면 중국은 이들 동맹을 파고들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미국 컨설팅기업 파크스트레티지의 숀 킹 수석 부사장은 “윤 대통령의 의제는 한국을 세계 민주주의 국가 일원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것이었다”라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동기가 무엇이든, 이번 사태는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원칙적으로 한국을 옹호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바스와니는 “미국에 윤 대통령의 민주주의 절차 파괴는 단 하룻밤이라 해도 어려운 딜레마를 안겨준다”며 “평소 신뢰해 왔던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 계속 의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