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금융시장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렸다. 트럼프 집권 하에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일제히 급등했고, 어려움이 전망되는 업종의 주가는 하락했다.
6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요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3.57% 급등하며 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 넘게 올랐다.
◇ 은행株·빅테크 가진 사람이 승자
승자는 대형 은행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은행주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13.10% 급등했고,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는 각각 11.54%, 11.61%씩 올랐다. 울프리서치의 롭 긴스버그 전략가는 “트럼프 당선 이후 금융주 전체가 매력적으로 변했지만 가장 매력적인 종목은 자본 시장에 관련된 주식”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투자자가 트럼프 행정부가 은행이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하는 자본금에 대한 규칙을 더욱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은행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이유를 설명했다.
거대기술기업(빅테크)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올인’한 일론 머스크의 영향으로 테슬라 주가는 14.75% 오른 288.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 주가는 장 중 한때 289.59달러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가 오른 것은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일등 공신으로 꼽혀서만이 아니다. 향후 테슬라의 사업이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머스크가 이끄는 다른 사업들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상승 동력을 만들어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엔비디아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도 강세를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기업이 첨단 AI 모델을 출시하기 전에 안보 위협은 없는지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산하기관의 평가를 받도록 했었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이 정책이 위험하고 혁신을 저해한다고 비판해 왔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해당 정책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 가상자산·소형주도 웃었다
가상자산과 소형주 투자자들도 승자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 산업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낙관론이 번지면서 가상자산 관련 자산은 급등했다.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거의 8% 오르면서 7만5000달러에 근접했고,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무려 31.11%나 폭등했다.
이날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전날보다 5.84%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낙관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WSJ는 “채권 수익률 상승이 차입에 의존하는 소형 기업들에 보통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세금 감면 기대가 이를 상쇄하며 상승을 견인했다”라고 평가했다.
◇ 소매업과 제조업·부동산株는 패배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모든 국가 수입품에 보편 관세 10%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최고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높은 관세가 예상되는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이 관세에 크게 노출된 것으로 지목한 나이키, 타깃, 베스트바이 등이 큰 타격을 받았다. WSJ은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얼마나 인상할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부동산주도 약세였다. WSJ에 따르면 이날 부동산 업종 주가는 평균 2.6% 하락했다. WSJ은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차입 비용이 커지면서 부채에 의존하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면서 “채권 수익률 상승은 대출 이자율 상승과 연관이 있어 주택 수요 감소 가능성으로 주택 건설업체들도 타격을 입었다”라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10년 국채 수익률은 7월 초 이후 최고 수준인 4.425%까지 상승했다.
금융 시장에 번진 ‘트럼프 효과’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야누스엔더슨인베스터스의 마크 핀토 미국 주식 총괄은 “2016년 대선 당시 S&P500지수는 대선 전날부터 연말까지 이른바 트럼프 랠리가 펼쳐지면서 거의 5% 상승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추세가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