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에 부정적이었던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입장을 바꿔 본인도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고 23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혔다.

트럼프의 입장이 바뀐 배경에는 23일 기준 미국 대통령 선거 유권자 중 10% 이상이 사전투표(우편투표 포함)를 하면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이 있다.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는 사전투표 첫날에 역대 사전투표율 기록을 경신하는 등 미국에서 사전투표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사전투표에 부정적이었던 공화당마저 전략을 전환했다. 과거 트럼프는 사전투표가 선거 조작의 근원이라고 비판했었다. 이에 올해 사전투표가 늘어난 것이 공화당 유권자의 참여가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과 함께 공화당 인구 통계가 변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 시각)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미국 대선 사전 투표를 하러 가는 사람들. / AFP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를 인용해 사전투표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인 이날까지 사전투표자가 26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전체 유권자 약 2억4400만 명의 10.65%에 해당한다. 사전투표소에서 직접 투표한 사람이 1074만 명, 우편으로 투표지를 보낸 유권자가 1571만 명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공화당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적극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금까지 회수된 우편 투표 용지 중 49%가 민주당원, 31%가 공화당원이다. 특히 경합중 등록된 공화당원 사이에서 사전투표가 급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가 맞붙은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 3만3500표 차이 로 이긴 네바다에서 올해 조기 투표를 한 공화당원은 민주당원보다 1000명 더 많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민주당은 조기 투표에서 단 1% 차이로 앞서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민주당원의 사전투표가 30% 이상 차이로 공화당원에 앞서고 있던 것과 비교된다.

공화당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전투표에 나선 것은 트럼프의 사전투표에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2020년 대선 당시에는 트럼프가 사전투표와 우편투표에 반대했다. 당시 트럼프는 사전투표가 선거 보안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사전투표가 보편화되고 사전투표와 우편투표를 받아들여 온 민주당은 이로 인해 이들을 얻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시간 대학 정치학 명예교수인 마이클 트라우곳은 WP에 “2020년 민주당이 조기 투표에서 성공하는 것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의 입장에서 벗어나 사전 투표를 권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다 공화당원의 인구 통계가 과거 선거에서 사전투표를 선호했던 민주당원의 인종, 사회경제적 구성과 비슷하게 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미국 유권자의 인종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고 , 더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가 민주당에 동조하고, 더 많은 히스패닉계 유권자가 공화당을 지지 중이다. 지난 10년 동안 노동자 계층과 블루칼라 미국인은 공화당 지지층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백인 대학 졸업 유권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편이다. 블루칼라 공화당원에게 사전 투표는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정치학자들은 높은 사전투표율로 승패를 가늠하긴 어렵다고 본다. 공화당원으로 등록된 유권자가 반드시 트럼프에 투표하는 것이 아니며, 보수주의자였던 딕 체니 전 부통령이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등 공화당원 일부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WP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라는 점”이라며 “모든 민주당 투표용지가 해리스에게 던져지고, 모든 공화당 투표용지가 트럼프에게 던져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