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도 안 남은 가운데, 폴란드계 미국인들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폴란드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양측이 폴란드계 미국 유권자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들이 주요 경합 주(州)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선 승패를 좌우할 7개 경합 주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사실상 동률인 상황이다. 미국 대선은 최다 득표자가 아니라 주별로 차등 배정된 선거인단의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이기는 구조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만큼 근소한 차이더라도 경합 주에서 승리해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상황 때문에 대선이 다가올수록 폴란드계 유권자들은 크리스마스의 킬바사만큼 선거에서 귀한 존재가 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폴란드계 미국인은 가장 선거인단이 많이 걸려 있는 펜실베이니아 인구의 5%를 차지한다. 이들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광산과 제철소에 일자리를 찾아 펜실베이니아로 이주해 왔다고 NYT는 설명했다.
폴란드계 미국인이 대선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적은 1976년 이후 처음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당시 제너럴 포드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폴란드인들이 소련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발언해 동유럽계 유권자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폴란드 출신의 톰 말리노프스키 전 미국 하원의원은 “이전에는 어느 정당도 폴란드계나 우크라이나계 유권자들에게 특별한 이유를 주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폴란드계 미국인들은 가톨릭 신앙 때문에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민주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우려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러시아 행보가 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100만 달러(약 14억원) 이상을 들여 폴란드계와 우크라이나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디지털 광고를 펜실베이니아주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이민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민주당의 노력은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전쟁 이슈보다는 생계 문제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폴란드계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 캠프도 폴란드계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함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할 예정이었지만, 두다 대통령의 방문이 취소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대신 우파 성향의 폴란드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며 “폴란드 국민을 위해 내가 한 만큼 해준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다.
강경 우파이자 친미 성향의 인물로 알려진 두다 대통령은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동안 가장 선호했던 국제 파트너다.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 영토에 ‘포트 트럼프’라는 이름의 미군 기지 건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두다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뉴욕에서 비공개로 만나 식사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