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조간신문이 11일(현지시각) 한국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1면에 다뤘다. 일본 언론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연합뉴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배출된 가운데 수년째 무라카미 하루키(75)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기다려 온 일본인들은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한국에 축하의 뜻을 전했다.

복수의 일본 현지 언론들은 10일(현지시각) 소설가 한강(54)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되자마자 주요 뉴스로 타전했다. 11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노벨문학상에 한국 작가 한강, 아시아 출신 여성 최초’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 NHK는 한강을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가”라고 소개하면서 서울 시민, 윤석열 대통령, 언론 등 한국의 반응을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강에 대해 “한국에서 1987년 민주화 후 문단을 이끄는 차세대 기수로,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는 일본과 유럽, 미국 등에서도 번역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보도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K.Kurigami

한강의 수상 소식이 발표되기 전 일본 내에선 하루키의 수상을 기대하는 반응이 역력했다. 하루키는 2006년부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다. 게다가 일본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1994년 오에 겐자부 등 2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경험이 있었다. 닛케이는 영국의 최대 베팅 업체인 라드브로크스의 데이터를 인용해 유력한 수상 후보로 1위 중국 찬쉐, 2위 호주 제럴드 머네인에 이어 무라카미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10일 밤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을 수상자로 지목하면서 일본인들은 아쉬움을 남긴 채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현지 인터넷 언론은 한강 수상 기사에 앞서 무라카미의 수상 실패를 먼저 전했다. 무라카미의 한 동창생은 “유감이지만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큰일을 해낸 것”이라며 “(하루키가) 살아있는 동안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작가 한강이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일본 도쿄에 있는 대형서점인 기노쿠니야서점 신주쿠본점에서 노벨문학상 특설 코너를 설치하고 한강의 일본어판 소설을 전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 수상이 전해진 직후 일본 문단은 그간 일본에 번역된 한강의 도서들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한강의 작품이 2016년 맨부커상을 받은 이후 ‘채식주의자’가 처음으로 일본어로 번역됐다. 이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대표작이 속속 발간됐다. ’채식주의자’를 일본어로 번역한 쿠온출판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채식주의자’는 약 2만부 발간됐다. 이외에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번역 발간한 하쿠스이샤(白水社)는 즉시 증쇄를 결정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도코 코지 와세다대학 문학학술원 교수는 “‘채식주의자’로 영국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의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해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게) 순당(順當·순서나 도리에 맞아 마땅함)한 결과”라며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노벨문학상을 처음 수상한 게 돼 획기적”이라고 했다.

일본 대형 서점들도 한강의 수상 발표와 동시에 노벨상 특설 코너를 마련했다. 대형서점인 기노쿠니야서점의 도쿄 신주쿠 본점은 전날 밤 노벨문학상 특설 코너를 설치해 재고로 남아 있던 한강의 일본어판 소설 5권을 급히 모아 전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