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69)의 전 부인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60)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선 단체인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의장을 사임한다. 2021년 5월 이혼한 지 3년 만이다. 멀린다는 재단을 떠나 독자적으로 자선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1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멀린다는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사임하기로 했다”며 “이제 자선 활동의 다음 장으로 나아갈 때가 됐다”고 했다. 이어 “전 세계 여성을 지원하고 성평등을 진전시키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멀린다는 게이츠와의 합의에 따라 재단을 떠나면서 자선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125억 달러(약 17조1100억원)를 받는다. 멀린다가 재단에서 다음 달 7일까지 일하고 공식적으로 사임하면 재단 이름은 ‘빌 게이츠 재단’으로 바뀐다. 게이츠는 온라인을 통해 “멀린다가 떠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재단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이 재단은 두 사람이 2000년에 공동 설립한 민간 자선단체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은 2000명 이상이며, 752억 달러(약 102조8736억 원) 이상의 기부금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재단이다. 게이츠와 멀린다는 이 재단에 595억 달러(약 81조3960억 원)를 기부했고, 2021년 재단 이사직을 사임한 워런 버핏은 393억 달러(약 53조7624억 원)를 기부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게이츠의 순자산은 1530억 달러(약 209조3040억 원)이며, 멀린다의 자산은 133억 달러(약 18조1944억 원)다.
재단은 세계 보건 분야 중에서도 소아마비 퇴치, 말라리아 및 결핵 치료, 빈곤 및 성평등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게이츠는 의학에 주로 관심을 보였고 멀린다는 성평등에 중점을 두는 등 각자의 관심 분야는 달랐으나, 공동 운영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결혼 약 27년 만인 2021년 5월 이혼을 발표하고, 그해 8월 이혼을 마무리 지으면서 재단 운영에 의문이 일었다. 두 사람은 이혼 2년 뒤, 어느 한 사람이 공동 리더십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결정할 경우 게이츠가 멀린다에게 자금을 주고 멀린다가 사임하기로 했다. 그리고 1년이 되지 않아 결국 멀린다는 재단을 떠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