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일하던 팔레스타인과 태국 노동자가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 이후 자국으로 떠나면서 키부츠가 인력난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은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 입국이 금지됐고, 태국인은 전쟁 이후 고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에 이스라엘 농촌에선 노동력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부분은 자원봉사에 의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스라엘 자원봉사자들이 가자지구 국경 근처 이스라엘 남부 모샤브 스데 닛잔의 온실에서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전쟁 전에는 태국 출신 노동자 약 3만명, 팔레스타인인 9000여명이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일했다. 하지만 전쟁 이후 태국인 32명을 포함해 약 1200명의 해외 출신 농부가 사망했다. 또한 25명의 태국인은 납치돼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여기다 최소 7000명의 태국 출신 농부가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스라엘 농업부 차관인 유발 립킨은 “이스라엘 농업은 1948년 건국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해있다”며 “전쟁이 시작된 이후 농장에서 최소 1만5000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른바 ‘스타트업 국가’라고 불리는 기술 강국으로 거듭났고, 이스라엘 경제에서 농업의 기여도는 줄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내에서 소비되는 채소의 약 75%는 지금까지 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자지구 근처 남부에서 재배됐다. 아보카도·사과·오렌지·자두·복숭아 등은 레바논 국경 근처 이스라엘 북쪽에서 자란다.

이처럼 남부와 북부 국경을 따라 위치한 농업 단지는 국방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있는 키부츠 주민들이 지난달 하마스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나, 하마스가 이스라엘 깊숙이 침투해 도시 중심지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립킨 차관은 “농부들은 국경에 있는 우리의 영웅”이라며 “우리는 그런 농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으로 이스라엘 농업이 노동자 부족 문제에 시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중부 카디마 외곽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가비 스위사(61)는 “근로자들이 전쟁 이후 사라졌다”며 “지난주에는 농장에 도움을 주러 오기로 했던 자원봉사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과 태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딸기를 심고 수확하고 포장해 왔다.

가자지구에서 4.8km도 떨어지지 않은 토마토 농장에서는 전쟁 전 태국 노동자 35명이 일했으나, 지금은 5명만 남은 상태다. 이 농장 주인인 노암 아미르는 “떠나고 싶어 하는 직원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임금 인상도 제안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노동자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베트남 및 기타 국가들과 근로자 협약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이들 근로자들이 오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수도 있다. 이에 수확을 앞두고 있거나 수확이 한창인 지금 많은 농장주는 자원봉사자에게 기대고 있다.

NYT는 “이스라엘은 수십 년 동안 식량을 확보한 국가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경제 정책을 운영했다”며 “키부츠는 사막에서 꽃피운 국가, 이스라엘에서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지만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농장 운영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