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봉쇄하면서 이 지역 남쪽에 위치한 라파(Rafah)와 이집트가 접한 ‘라파 통로’는 가자지구 민간인이 외부로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이에 지상전을 앞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통보한 이후 라파 통로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는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고, 임시 시멘트 장벽까지 설치하면서 라파 통로를 봉쇄하고 있어, 인도주의적 비판에 직면했다.

14일(현지 시각)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을 포함한 일부 이중 국적자의 통행을 허용하기로 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집트는 라파 통로를 봉쇄하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계속되자 외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들이 이집트로 건너가기를 희망하며 라파 통로에서 기다리고 있다. / UPI 연합뉴스

이집트 정부는 공식적으로 가자지구 민간인의 입국을 반대한다.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12일 “가자지역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 산하 알카헤라 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집트가 외국인만 입국할 수 있도록 국경 개방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집트가 라파 통로를 봉쇄한 것은 수십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이집트로 이주할 경우 지역 불안이 가중될 수 있는 우려감 때문이다.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의료적이든 인도주의적이든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집트에는 이미 900만명의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고,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가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에는 수단, 시리아, 예멘, 리비아 출신 이주민이 대거 거주 중이다.

또한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점도 라파 통로 봉쇄의 이유 중 하나다. 현재 하마스는 가자지구 민간인이 이스라엘의 지상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사람들의 이동을 막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시시 대통령은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이주가 이뤄질 경우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를 이루겠다는 열망이 꺼질 것이라 우려한다. 하마스의 정치국장인 이스마일 하니예는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의 이민은 없을 것이며 이에 대해 카이로와 하마스는 같은 입장”이라며 이집트가 사람들이 가자지구를 떠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약 1300명이 사망한 이후 가자지구에 최소 6000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약 2215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들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하마스 무장세력을 표적으로 삼아 공습을 실시하고 이스라엘에서 납치된 100명 이상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가자지구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