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나르게스 모하마디(Narges Mohammadi)는 이란 인권운동가다. 1972년생으로 올해 51세인 그는 평생 13번 체포됐고, 5번의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총 3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도 인권 운동에 힘을 쏟은 인물이다.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5일(현지 시각) “이란 여성 억압에 맞서 싸우고 모든 사람의 인권과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투쟁한 나르게스 모함마디에게 2023년 노벨평화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며 “모하마디는 차별과 억압에 맞서 여성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2005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인권센터에서 발언 중인 모하마디. / EPA 연합뉴스

모하마디는 이란에서 여성의 권리와 사형제 폐지를 위해 노력해 온 이란의 대표적인 인권 운동가 중 한 명이다. 모하마디는 이란 잔잔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녀의 아버지는 요리사이자 농부였다. 모하마디 어머니의 가족은 정치적인 이유로 정부의 탄압을 받은 경험이 있다. 어머니의 가족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군주제가 무너진 후 삼촌과 두 명의 사촌이 체포됐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모하마디의 어머니는 모하마디가 아주 어렸을 때 정치적인 사람이 되지 말라고 일렀다. 이란과 같은 국가에서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대가는 너무 크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배경은 모하마디를 인권운동가의 길로 이끌었다. 모하마디는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6월 보도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언급했다. 모하마디의 어머니는 오빠와 함께 교도소를 방문하기 위해 매주 빨간색 플라스틱 쇼핑 바구니에 과일을 채웠다. 그러던 어느 날 모하마디의 어머니는 TV를 통해 매일 처형되는 죄수들 명단에 조카의 이름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고 오열했다. 당시 모하마디의 나이는 9세였다. 모하마디는 “어머니가 슬픔에 잠겨 카펫 위에 몸을 구긴 채로 오열하던 모습은 나에게 흔적을 남겼다”며 “평생 사형을 반대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모하마디는 핵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카즈빈시에 있는 이맘 호메이니 국제대학에서 물리학 학위를 받았다. 당시 그는 여학생회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존재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됐고 직접 여성 하이킹 그룹, 시민 참여 관련 그룹을 만들었다. 또한 학보사에서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기사를 썼다.

남편은 대학 시절 만났다. 모하마디의 남편 타히 라흐마니(63)은 이란 지식계에서 유명한 인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민사회에 관한 수업을 가르쳤고, 그곳에서 모하마디를 만났다. 라흐마니 역시 작가이자 활동가로 이란에서 14년 동안 투옥 생활을 했으며, 현재는 16세인 쌍둥이 자녀와 함께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모하마디가 자녀들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1년여 전이다.

모하마디의 자녀는 노벨 평화상 발표 전 CNN에 “엄마가 정말 자랑스럽다”며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진 않았지만, 있을 때마다 우리를 잘 보살펴다”고 말했다. 모하마디의 아들은 “좋은 엄마였고 지금도 그렇다”며 “나는 이제 이런 삶을 받아들였고 내가 견뎌야 하는 어떤 고통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이란 출신으로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왼쪽)와 2007년 여성 인권 관련 기자회견에 함께 한 모하마디. 에바디는 이란의 여성 법조인이자, 인권운동가이며, 이란 최초의 여성 판사이기도 하다. / AP 연합뉴스

모하마디 부부는 이란 테헤란에서 살았다. 모하마디는 여성의 권리,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일하고 사형수를 보호하는 시민사회단체를 만들었다. 그는 또 여성의 권리에 대한 칼럼을 신문에 냈고,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선 건물 검사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2008년 해당 회사가 모하마디를 해고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지난 2001년엔 이란의 또 다른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가 이끄는 ‘인권 수호자 센터’에 합류해 부소장을 지냈다.

모하마디는 지금까지 13차례 체포됐으며 5차례의 유죄를 선고받았고, 총 31년의 징역형과 154대의 태형을 선고받았다. 현재도 수감 중으로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2019년 폭력 시위 피해자 추모식에 참석한 이후 그해 11월 체포됐다. 2021년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와 국가에 대한 선전 혐의로 10년 9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모하마디가 수감된 곳은 이란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로 주로 정치범이 수감되는 악명 높은 교도소로 유명하다.

모하마디는 수감 중에도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이란인의 투쟁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 수감자를 대상으로 매주 워크숍을 진행하며 시민권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있다. 모하마디는 NYT에 “정부는 우리를 더 많이 가둘수록 우리가 더 강해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