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 한때 샌프란시스코는 젊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구글, 엑스(X·옛 트위터) 등으로 실어 나르던 ‘벤처의 요람’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가 활성화하면서 기업들이 사무실을 이전하거나 폐쇄하면서 공실률은 높아졌고, 도심이 공동화되면서 범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홀푸드는 지난 4월 중순, 직원들의 안전을 이유로 샌프란시스코 시내 매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홀푸드가 문을 닫기 전 13개월 동안 접수된 568건의 긴급 전화 기록에는 매장에서 음식을 던지고, 비명을 지르거나 싸우며, 심지어 바닥에 용변을 보려 한 이들에 대한 묘사가 담겨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스카이라인. / AP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 시각)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을 뒤흔든 이후 미국 주요 도시 중 샌프란시스코만큼 심각하게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도시는 없다”며 “오랫동안 샌프란시스코를 서해안의 경이로운 보석으로 여겨왔던 주민들은 이제 이 도시의 훼손된 명성을 재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운 과제임을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이미지는 사무실이 즐비한 스카이라인, 엔지니어를 호화로운 기술 캠퍼스로 데리고 가는 셔틀버스들, 기술 기반의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로 인해 소득 불평등, 값비싼 주택 가격, 노숙자 등 부정적인 이미지는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이미지는 범죄, 마약, 노숙의 상징으로 변했다. 이로 인해 샌프란시스코 내 관광 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무엇보다 안전 문제로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유명 투자자인 제이슨 칼라카니스는 지난 4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창업자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오스틴, 마이애미 등지로 향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문제 삼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제곱마일당 범죄율 지수는 938로, 캘리포니아 평균(83)의 11배에 달한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이 이 곳을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 시티’라고 부를 정도이다.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약으로 사망한 사람은 공식 집계된 사례만 400명이 훌쩍 넘는다. 인구 1000명당 범죄율은 48.94건으로 미국 평균(19건)의 두 배를 상회한다.

샌프란시스코의 포트 포인트와 금문교 뒤로 해가 지고 있다. / AP 연합뉴스

아직 강력 범죄 발생이 급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는 건 그나마 위안이 되는 대목이다. FT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55건의 살인이 벌어졌는데 이는 지난 10년간의 평균치와 비슷하다”며 “2013년에서 2021년 사이 전반적인 폭력 범죄도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노숙자 수도 감소했다. 2022년 노숙자 수는 2019년보다 15% 감소한 4397명으로 집계됐다. 실업률은 3.6%로 낮은 수준이다. 다만 마약은 위기 수준이다. 지난 8월, 84명이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면서 올해 총 845명이 마약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공실률 증가도 큰 문제다. 샌프란시스코 공실률은 3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뉴욕 맨해튼(16%)의 약 2배 수준이다. 재택근무 증가로 비싼 임대료를 피해 샌프란시스코 외곽으로 주거지를 옮긴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약 5만명이 샌프란시스코 교외로 이사했다. 이 중 다수가 재택근무자거나,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주하길 원하는 이들이었다. 이로 인해 샌프란시스코 인구는 83만2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일각에선 공실률 증가로 예술가, 비영리 단체, 대학 등이 사무용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여지가 열렸다고 평가하지만, 도심 지역의 유동 인구가 줄면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여전히 기존 이미지가 부활하기를 기대한다. 오하이오주 출신의 바비 피어스는 “마약으로 인한 사망, 노숙자, 경제적 어려움은 미국 어느 지역에나 존재하는 문제이지만, 사람들은 유독 샌프란시스코를 비판하길 좋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