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74)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의 자녀는 다섯 명이다. 아르노 회장은 한 달에 한 번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본사 내 개인 식당에서 다섯 자녀와 점심을 먹는다. 식사 시간은 90분. 아르노 회장은 자신의 아이패드에 담긴 토론 주제를 큰 소리로 읽는 것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이후 아르노 회장은 다섯 자녀로부터 토론 주제에 대한 의견을 듣거나, LVMH 소속 브랜드의 개편 시점 등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듯 세계 최고 부장인 아르노 회장은 ‘LVMH 제국’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자녀 교육에 공을 들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르노 회장은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회의 중간중간 직접 자녀에게 수학을 가르쳤고, 출장과 비즈니스 미팅에 자녀를 참석시켰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자신과 오랫동안 일한 시드니 톨레다노 전 크리스찬 디올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버크 전 루이비통 CEO 등 경영진이 자녀의 멘토 역할을 하도록 했다.

베르나르 아르노(74)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 로이터=연합뉴스

아르노 회장이 지금까지 자신이 후계자로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그는 단지 능력에 따라 후계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노 회장이 지난 1월 정년을 80세로 연장하기로 한 상태라 아직 후계자 결정에 시간은 있다. 다만 아르노 회장은 최근 LVMH에 대한 가족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이를 물려주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여기다 아르노 회장은 자신의 자녀가 언젠가 LVMH 제국을 인수할 수 있도록 그룹 내에서 경영 수업도 하고 있다. 맏딸 델핀 아르노(48)는 크리스찬디올 CEO다. 델핀의 유일한 동복 남매이자 장남인 앙투안 아르노(45)는 LVMH의 광고와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현재는 그룹 이사회 부회장 겸 벨루티와 로로피아나의 CEO를 맡고 있다. 아르노 회장의 둘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세 명의 아들 역시 젊은 나이에도 불구 경영 일선에 참여했다. 셋째 아들인 알렉산더 아르노(31)는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 수석 부사장이다. 넷째 아들은 프레데릭 아르노(28)는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의 CEO, 막내 장 아르노(24)는 지난해 루이비통 시계 사업부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 디렉터로 임명됐다.

마이클 버크 전 루이비통 CEO, 시드니 톨레다노 전 크리스찬디올 CEO는 아르노 회장 자녀의 멘토 중 핵심 인물이다. 톨레다노 전 크리스찬디올 CEO는 WSJ에 “아르노 회장은 경영진과 자녀를 짝을 지어 성과를 내는지 지켜본다”며 “아르노 회장은 자녀의 성격 중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 (경영진에게) 물어본다”고 말했다. 맏딸인 델핀의 경우 톨레다노 전 크리스찬디올 CEO와 12년을 함께 일했다. 2013년부터는 버크 전 루이비통 CEO가 함께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장녀 델핀 아르노 크리스찬디올 CEO. / AFP=연합뉴스

현재로선 첫째 델핀 크리스찬디올 CEO가 승계 구도에서 가장 앞서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와 유럽 최고 상경대로 꼽히는 에덱비즈니스스쿨에서 공부한 뒤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 크리스찬디올 쿠튀르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LVMH 안에 둥지를 틀었다. 2003년 LVMH 최연소 이사로 선임됐고, 2013년 LVMH에서 가장 규모가 큰 루이뷔통의 부사장으로 임명돼 제품 생산 전반에 관여했다. 그리고 올해 1월 루이비통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크리스찬디올 CEO로 임명됐다.

아르노 회장 측근들은 그의 다섯 자녀가 승계를 놓고 대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톨레다노 전 크리스찬디올 CEO는 “아르노 회장은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어떤 의견 차이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아르노 회장의 자녀들은 모두 자신을 형제자매로 여기고 서로를 이복형제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경쟁이나 갈등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고, 테니스나 피아노를 누가 가장 잘하는지에 대한 농담조차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아르노 회장의 자녀가 LVMH의 차기 회장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톨레다노 전 크리스찬디올 CEO는 “아르노 회장은 단 한 번도 내 자녀가 나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르노 회장은 ‘럭셔리 제국의 황제’, ‘캐시미어를 입은 늑대’로 불리는 세계 최대 명품회사 LVMH 회장이다. 그는 1949년 벨기에 국경 근처에 위치한 프랑스 루베에서 태어났다. 아르노 회장은 공학으로 유명한 에콜 폴리테크닉대를 졸업하고 아버지 장 아르노가 운영하던 건설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1980년대 초 미국 뉴욕으로 옮겨가 건설업을 하다 1984년 프랑스로 돌아와 파산 직전이던 섬유회사 ‘부삭 그룹(Boussac Saint-Frères)을 인수한다. 부삭그룹은 크리스찬디올의 모기업이다. 이후 정리해고, 기저귀 사업부 등을 매각하고 인수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LVMH는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모엣샹동(Moet & Chandon), 헤네시(Hennessy)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모에헤네시는 1971년 샴페인으로 유명한 모엣샹동과 코냑으로 유명한 헤네시가 합병돼 설립된 회사다. 아르노 회장은 1987년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를 한곳으로 모아 사업화하는 방안을 구상했고, 루이비통과 모에헤네시를 합병하면서 LVMH가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