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완성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이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이집트를 고려하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이 중동 최대 인구국인 이집트에 생산시설을 구축할 경우 아프리카·중동 전역을 겨냥한 전략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이집트 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차량 조립라인을 설치한 후 장기적으로 독자적인 현지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르티나 비네 폭스바겐 아프리카 전무이사는 “이집트를 매우 유망한 생산 허브로 보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이 이집트를 생산 거점으로 지목한 이유는 지리적 이점과 아프리카 시장의 발전 가능성에 있다. 폭스바겐은 기존에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인도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에서 도요타, 현대차 등 경쟁사에 밀려 고전해왔지만 최근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폭스바겐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완성차 공장을, 가나·르완다·케냐 등지에선 조립시설을 운영 중이다.
폭스바겐 측은 향후 15년 내로 아프리카 전역에 5개 생산 거점을 구축, 각 거점에서 모델을 차별화해 생산한 뒤 대륙 내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다핵 분산 생산체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비네 전무는 “모로코는 유럽 수출에 초점을 맞춘 생산기지”라며 “그에 비해 이집트는 중동과 아프리카 내수 및 역내 시장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폭스바겐이 본사가 위치한 독일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회사는 2030년까지 독일 내 연간 생산량을 70만 대 이상 축소하면서 약 3만5000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자회사인 아우디와 포르쉐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이집트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기존 모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심이던 아프리카 자동차 산업의 축이 다극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한 축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집트의 전략적 입지가 새롭게 조명받는 셈이다.
이집트 정부에도 이번 유치는 절실한 기회다. 최근 2년간 극심한 물가 상승과 외환난을 겪은 이집트는 이를 만회하고자 외국인 투자 유치와 제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집트 정부는 자동차 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이번 생산기지 구축을 계기로 향후 10년간 연평균 80억달러(약 11조원) 규모의 내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투자 결정이 현실화할 경우 중동과 아프리카의 산업 지형은 물론 이집트의 경제 회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