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재정적자가 빠르게 악화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정부의 지출 확대가 기대에 못 미친 세수 증가와 맞물리면서 2021년에 이어 국가 신용등급이 한 차례 더 강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30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콜롬비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페루의 금융기업 크레디코프캐피털은 적자 규모를 GDP의 7.2%로 예측했으며 현지 금융사 알리안사 발로레스와 브라질 BTG팩추얼도 각각 7.1%, 7%를 제시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5.1%)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코로나19 유행 시점을 제외하면 최근 수년 내 가장 큰 적자 폭이다.

2020년 이전까지 GDP 대비 3%대를 유지하던 콜롬비아의 재정적자는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6.8%를 기록한 바 있다.

재정적자 확대는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29일 기준 콜롬비아 10년물 국채금리는 12%대를 기록,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루이스 페르난도 메히아 페데사예로 소장은 “국가의 재정 여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어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콜롬비아의 공공부채 증가와 예산 적자 확대에 대해 경고해왔다. IMF는 지난 4월 재정 상황 악화를 이유로 81억달러(약 11조5700억원) 규모의 유연신용제도(FCL·Flexible Credit Line)를 중단, 경제 상황에 대한 정기 평가와 재정 건전성 관련 중간 점검이 완료되면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콜롬비아의 재정 신뢰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반영한다.

정부는 내달 중장기 재정계획(MTFP)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세입 전망을 제시해왔고, 트럼프 행정부 관세 조치 이후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고(高)유가를 전제로 한 재정 시나리오 역시 설득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헤르만 아빌라 재무장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세입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고, 유가 하락으로 인해 주 수출 품목인 석유 수익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콜롬비아의 국가 신용등급이 조만간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무디스는 현재 콜롬비아를 투자적격 등급인 ‘Baa2’로 유지하고 있지만,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피치는 이미 2021년 해당 국가를 투기등급(정크)으로 강등한 바 있다.

다니엘 벨란디아 크레디코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개월 내 주요 신용평가사 가운데 최소 한 곳이 콜롬비아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고금리로 인해 콜롬비아 국채의 장기 수익률이 높아진 만큼 현재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 이후 친시장 성향의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재정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