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년물 국채 입찰 부진 여파로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국채 수요 위축은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며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줬다.
21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16.80포인트(1.91%) 하락한 4만1860.44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5.85포인트(1.61%) 떨어진 5844.61, 나스닥종합지수는 270.07포인트(1.41%) 내린 1만8872.64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 1시 진행된 미국 재무부의 20년물 국채 입찰이 하락장의 기폭제가 됐다. 160억달러 규모로 진행된 입찰에서 발행금리는 5.047%로 결정됐다. 이는 전월 입찰 대비 23.7bp 상승한 수치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다. 시장 사전거래(When-Issued) 금리를 1.2bp 웃도는 수준이기도 했다.
이번 입찰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처음 실시된 쿠폰 국채 입찰이었다. 월가에서는 신용등급 강등의 여파가 얼마나 반영될지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시장에서는 국채금리의 급등이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피터 부크바 블리크리파이낸셜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년물은 유동성이 부족한 상품이라 평소 주목받지 않지만, 최근 시장이 국채금리 움직임에 민감해진 만큼 이번 입찰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피터 카딜로 스파르탈캐피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채금리가 이처럼 급등하면 주식시장에는 상당한 역류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감세 정책, 예산안 갈등 등 정치적 리스크도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이언 멀버리 자크투자운용 고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문제는 성장과 수입원이다. 정부가 발행한 부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날 30년물 국채금리도 감세 법안 우려로 5% 선 위로 재차 올라섰다.
업종별로는 통신서비스를 제외한 전 업종이 하락했다. 금융, 헬스케어, 부동산 섹터는 2% 이상 낙폭을 기록했다.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 가운데서는 알파벳을 제외한 모든 종목이 하락했다. 메타를 제외하면 낙폭은 대부분 2% 안팎이었다. 반면 구글은 AI 기술을 적용한 신형 구글 글라스를 선보이며 주가가 약 3%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이 HSBC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 여파로 6% 하락했고, 타깃은 1분기 실적 부진으로 5% 넘게 밀렸다. 팔로알토네트웍스는 매출총이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주가가 7% 하락했다. 나이키는 고가 운동화 가격 인상 검토 소식에 4% 떨어졌고, 필립스66은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이사회 진입 시도 여파로 7% 급락했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는 이날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관세 정책과 무관하게 소비자 수요가 줄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7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71.2%로, 전날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2.78포인트(15.37%) 오른 20.87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