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조니워커’와 맥주 ‘기네스’로 유명한 세계 최대 주류기업 디아지오(Diageo)가 실적 부진 늪에서 벗어나고 막대한 부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닉 잔지아니 디아지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들에게 “기존 소규모 브랜드 정리와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 자산 처분에 나설 것”이라며 “상당 규모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핵심 브랜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디아지오는 올해부터 무역 투자와 광고 지출, 간접비, 공급망 부문에서 총 5억달러(약 7000억원) 절감에 나선다.

위스키 ‘조니워커’로 유명한 세계 최대 주류기업 디아지오(Diageo). /로이터뉴스1

비주력 자산은 판다.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낮은 주류 브랜드나 지역 한정 브랜드가 팔릴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아프리카 맥주업체 이스트아프리칸브루어리스(East African Breweries), 중국 내 바이주(白酒) 사업, 럼 브랜드 캡틴 모건(Captain Morgan) 등 부진하거나 비핵심 자산을 매각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디아지오는 매각 후 얻은 자금을 조니워커를 앞세운 스코틀랜드산 위스키와 고가 데킬라 ‘돈훌리오(Don Julio)’, 인기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만든 ‘카사미고스(Casamigos)’ 같은 핵심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사용할 방침이다.

디아지오는 이들 브랜드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는다.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아 매몰 비용이 적고, 수익성은 좋다. 특히 돈훌리오와 카사미고스 같은 데킬라는 최근 몇 년간 세계 최대 주류 소비시장 북미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디아지오는 이날 투자자에게 “프리미엄화(Premiumization) 전략을 강화해 고급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며 “RTD(Ready toDrink·바로 마실 수 있는 캔 형태 칵테일) 제품군 역시 핵심 사업으로 키워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아지오의 데킬라 브랜드 '돈훌리오'. /연합뉴스

국제와인주류연구소(IWSR)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주류 판매량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2% 감소했다. IWSR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건강과 웰빙을 강조하는 소비가 주류로 자리를 잡으면서 음주를 절제하거나, 무알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불황에 강하다던 고급 주류 시장마저 흔들린다. 시장정보기업 마켓데이터포캐스트에 따르면 100달러 이상 고가 주류 판매량은 2022년 중반 이후 약 20% 급감했다.

IWSR은 미국 주류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수입관세 인상은 디아지오 영업이익에 연간 1억5000만달러(약 2100억원)에 달하는 타격을 줄 전망이다.

베른스타인증권은 “주류업체들 주가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