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Z세대가 무역 전쟁 이후 부진에 빠진 자국 내수 시장의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이른바 ‘감정 소비’로 불리는 Z세대의 소비 패턴이 중국 증시의 흐름까지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시장에서 Z세대(1995~2010년생)의 취향을 반영한 브랜드들이 실적과 주가 면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난감 제조사 팝마트(Pop Mart), 전통 금 장신구 브랜드 라오푸골드(Laopu Gold), 음료 체인 믹쉐(Mixue) 등이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Z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최근 매출과 주가 모두 두 자릿수 이상 급등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Z세대는 품목에 따라 절약과 과소비를 오가는 ‘감정 소비’ 성향을 보인다. 예컨대 버블티 한 잔도 쿠폰을 사용해 아껴 마시지만 자신이 애정을 쏟는 분야에서는 수백 달러를 아낌없이 지출하는 식이다. 특히 케이팝 연예인 굿즈, 피규어, 니치 향수(소수의 취향을 겨냥한 프리미엄 향수), 화장품, 전통 장신구 등이 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부동산 등 전통적인 투자 자산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감성적 만족감을 주는 물건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것이 중국 Z세대만의 특징이다.
이러한 소비 성향은 중국 주식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들어 팝마트, 라오푸골드, 믹쉐, 마오거핑(Mao Geping) 코스메틱 등 Z세대가 선호하는 종목의 주가는 2배 이상 상승했다. 특히 라오푸골드는 지난해 상장 이후 주가가 15배 넘게 뛰었으며, 최근 상장한 음료 브랜드 언티제니(Auntea Jenny)도 공모가 대비 약 13% 오른 바 있다.
반면 기성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삼는 고급 주류업체 귀주모태(貴州茅台)는 2021년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이며, 가전업체 하이얼(Haier) 역시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IPO(기업공개) 시장도 Z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커스터마이징 카드 제조사 카유(Kayou), 패스트푸드 체인 샤오누들, 장난감 브랜드 탑토이(Top Toy) 등 Z세대 타깃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을 추진하면서 관련 테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다만 이들 종목은 강한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Z세대의 감정 소비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진단한다. 이들이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던 소비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신의 정체성과 감성을 반영한 브랜드와 경험에 돈을 쓰는 소비자가 됐다는 분석이다. 상하이 컨설팅 회사 차이나스키니의 마크 태너 전무 이사는 “당분간 Z세대가 중국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