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을 해외 가격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미국 제약주도 12일(현지시각) 장중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라이 릴리 주식은 이날 오후 12시 50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759.84달러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주가가 3.44%(25.27달러) 올랐다. 장 초반 722.18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으나, 이내 반등에 성공했다. 같은 시각 머크앤코는 5%대 주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값 인하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이 더는 외국의 의료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 제약사의 폭리와 가격 인상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미국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데 천문학적 연구·개발(R&D) 비용을 쓰는 상황에서 미국에서만 비싸게 약을 팔아 결과적으로 다른 나라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까지 떠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사들이 외국과 가격 협상하는 것을 지원하고, 다른 나라가 협조하지 않으면 관세를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다른 선진국이 지불하는 약값 중 최저 가격인 이른바 ‘최혜국 대우(MFN) 가격’으로 맞추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번 행정조치로 약값이 59% 내려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약값이 59~80% 사이로 떨어질 수 있고, 아마도 90%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미국의 처방약 가격이 다른 선진국보다 평균 2~3배 높다고 평가했다. 일부 국가 대비 최대 10배 높은 경우도 있다. 이번 행정명령이 트럼프 대통령 주장대로 약값 인하로 이어지면 미국 내 환자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미국 제약사들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약사들이 이익이 큰 미국 내 약값을 인하하기보다 수익성이 낮은 해외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제약연구제조업협회(PhRMA)는 제약사들이 10년간 최대 1조달러(약 1400조원) 규모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에도 일라이 릴리와 화이자 등은 반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