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관의 노동절 연휴(5월 1~5일) 흥행 수입이 1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적인 해외 영화 수입 등으로 인해 흥행작 자체가 부족한 데다, 최근 단편 영상에 빠진 중국 소비자 입맛과 달리 긴 상영시간이 침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영화산업 구조조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당장 영화관 규모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중국 계면신문은 영화 정보 플랫폼 덩타를 인용해 노동절 연휴 흥행 수입이 7억5000만위안(약 15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노동절 연휴보다 51% 줄어든 것이다. 지난달 흥행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감소한 11억9700만위안에 그쳤는데, 특히 청명절 연휴(4월 4~6일) 흥행 수입은 1년 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계면신문은 “영화 산업은 대중들의 오락 소비에서 잊혀진 선택지로 전락했다”고 했다.
중국인들이 영화를 보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는 흥행작 부족이 꼽힌다. 올해 초 개봉해 글로벌 흥행 5위까지 오른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2’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화가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실제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 10여편의 영화가 개봉했지만, 흥행 수입이 2억위안(약 390억원)을 넘은 영화는 한 편도 없었다. 이는 3년 만에 처음이다. 영화 정보 플랫폼 마오옌 연구소는 노동절 연휴 기간 신작을 볼 의향이 있는 관객 수가 전년 대비 48.6%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것이다.
중국 당국이 해외 영화 수입에 부정적인 것도 흥행작 기근 현상에 한몫한다. 2017년 사드 사태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발동된 이후 중국 본토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는 ‘오! 문희’(2021년) 한 편에 불과하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앞으로 미국 영화 수입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개봉한 미국 영화는 총 42편이었다. 영화 대부분을 자체 제작으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영화 관람에 긴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도 중국 관객들이 영화관에 등을 돌리는 이유다. 중국에서는 단편 드라마가 지난해 시장 규모 505억위안(약 9조8000억원), 시청자 수 6억명(2024 중국 단편 드라마 산업 연구 보고서)을 넘어서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최근 영화들은 상영 시간이 두 시간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계면신문은 “영화의 길이와 극장을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 상영 전후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데 3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는 침체한 영화 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악순환에 빠지게 할 뿐”이라고 했다.
영화 산업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당장 영화관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아장커 중국 영화 감독은 “2023년 중국 본토에서는 8만6000개 스크린에서 506편의 영화가 상영됐는데, 일본에서는 3600개 스크린에서 1232편의 영화가 상영됐다”고 했다. 그만큼 비어 있는 영화관이 많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 평론가는 “영화 산업은 통합되고 군살을 빼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지나치게 큰 상영 공간으로 인해 영화 제작사는 홍보 비용과 배급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