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달러(약 115만원) 이하 제품도 미국의 관세 장벽을 피해갈 수 없게 되자 저가 상품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온 중국 소상공인들이 살길을 찾아 나섰다. 타깃 시장을 동남아 등으로 돌리는가 하면, 새 판매 플랫폼으로 주무대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쉬인과 테무, 아마존 등에서 상품을 판매해온 중국 셀러들을 조명, 이들이 미중 관세 전쟁의 여파로 생존 전략을 재정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소형 물품에 대해 최대 145%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결정한 것과 맞닿아 있다. WP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약 15만곳 이상의 이커머스 기업이 소재한 선전(深圳·Shenzhen) 지역이 직격타를 맞았다. 선전의 이커머스 기업들 중 90% 이상은 미국을 주 판매처로 삼고 있다.

왕신 선전크로스보더전자상거래협회 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임금 삭감, 강제 휴무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기업의 생존이 위협 받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소형 물품의 약 3분의 2가 중국산으로, 상당수는 쉬인과 테무, 아마존을 통해 배송된다. 아마존의 전체 셀러 중 중국의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 셀러들은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대체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 중인 동남아시아 시장이 그 대상이다. 셀러들에게 아마존 활용법을 가르치는 교육기관 강사인 트레버 탕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불안정해 많은 셀러들이 동남아, 러시아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판매 플랫폼 대신 틱톡 기반 쇼핑 플랫폼 ‘틱톡샵(TikTok Shop)’이 새 수출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 틱톡샵은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로, ‘새로운(unexplored) 블루오션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틱톡샵 내 미국 판매 순위를 올리는 전략을 짜주는 컨설팅 회사도 설립될 정도다.

미국의 아마존은 2024년 말 ‘아마존 하울(Amazon Haul)’ 섹션을 신설하며 중국 셀러의 직접 판매 모델을 도입했다. 그만큼 미국 내에서도 중국 셀러의 가격 경쟁력과 제품 다양성은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소형 물품 면세가 막혀도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미국 진출은 꺾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nformation Technology & Innovation Foundation)의 엘리 클레멘스 연구원은 “셀러들의 적응력은 뛰어나다”며 “이들은 끊임없이 미국 소비자와 만날 방안을 개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